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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실 줄" 충격의 용산, 관저 퇴거 어떻게?…고위 참모들 일괄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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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려아연 본사 등 6곳·경영진 등 주거지 5곳 대상"
[the300](종합)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확정한 가운데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모습이 보이고 있다. 2025.04.01. ks@newsis.com /사진=김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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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아…" 4일 오전 11시22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주문을 읽는 순간, 각 수석실과 비서관에 비치된 TV로 선고를 지켜보던 용산 참모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마지막까지도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했던 터라 충격은 더 큰 듯했다.

같은 시간 윤 전 대통령도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TV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를 지켜봤다. 윤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헌재의 결정문과 주문을 끝까지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선고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어떠한 언급을 했는지에 대해선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윤대통령측 법률대리인단이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 메시지에서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헌재의 선고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물밑에서는 현안 업무보고와 국무회의 소집,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 등 윤 대통령의 업무 복귀를 가정한 시나리오까지 준비한 터다. 일부 참모진 사이에서는 탄핵 심판이 4대 4 또는 5대 3으로 기각될 가능성이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돌아오시는 줄 알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걸렸던 봉황기는 헌재의 파면 선고 직후 내려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11시 43분쯤 대통령실 정문 앞에 태극기와 함께 게양돼 있던 봉황기를 하강했다. 이날 11시22분 헌재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 20여분 만이다.

당초 대통령실은 탄핵 기각과 인용에 대비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탄핵 기각 땐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방안 등도 논의됐던 것으로 보인다. 기각 가능성을 더 높게 봤던 만큼 인용 시에 대한 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남동 관저 퇴거 문제가 대표적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별도의 주거지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로 돌아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주상복합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경호동 설치 등이 여의찮은 상황이다. 어떤 방식으로 경호를 할지 등에 대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엔 대통령실 경호처가 아크로비스타 전체를 특별 경호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다만 관련 경호 대책이 갖춰져야 하는 만큼 며칠 가량 관저에 머물 수도 있다. 대통령실 시설책임자인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장도 이를 용인할 공산이 크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경호 문제에 따라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인 2017년 3월12일 오후,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사저로 이동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이날 일괄 사표를 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3실장 1특보 8수석 3차장이 권한대행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의를 표명한 참모들은 정진석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 특보,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홍철호 정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전광삼 시민사회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유혜미 저출산대응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인성환 제2차장, 왕윤종 3차장 등이다. 사표 수리 여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정한다.


한 권한대행이 청와대 참모들의 사표를 일괄 수리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대선 전까지 약 두 달간 국정 공백이 우려된다는 점에서다. 심지어 비서관 이하 일부 실무급의 경우 대선 이후에도 당분간 자리를 지켜야 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궐위에 따른 보궐선거인 이번 대선의 특성상 차기 정권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곧장 출범해야 해 대통령실 참모진을 구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다.

한편, 헌재는 이날 오전 선고기일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3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112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는 이번이 세 번째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91일이 걸렸다.

탄핵안의 인용은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이번 심판은 헌법재판관 정원 9명 가운데 1명이 빈 8인 체제로 이뤄졌다. 헌재는 올해 2월25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의 변론을 종결하고 39일간 검토를 거쳐 이번 결론을 냈다. 노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 사건은 변론 종결 후 보름 안에 선고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2025년도 예산삭감, 감사원장 탄핵 등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행위"라고 주장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와 정당 등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포고령이 발표됐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계엄군과 경찰이 투입됐다. 비상계엄은 국회의 계엄 해제결의안 의결로 이튿날 새벽 4시30분 해제됐다.

민주당 등 야당은 곧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규정하고 탄핵소추 절차에 착수했다. 야당은 탄핵안에서 "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침입해 국회 활동을 억압하고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를 침입하는 등 국헌을 문란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안은 지난해 12월7일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이 투표에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됐다. 이에 야당은 2차 탄핵안을 발의했고 탄핵안은 일주일 뒤인 12월14일 찬성 204표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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