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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늪에 빠진 기업…관세 전쟁에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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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IT 책임자는 데이터센터 구축 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시시각각 변하는 생성형 AI 전략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의 오락가락한 흐름이다.


포레스터 수석 애널리스트 앨빈 응우옌은 “확실히 유동적인 상황이다. 미국 행정부가 밝힌 목표는 더 많은 개발을 미국에 유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조치로 인해 오히려 데이터센터의 제조 및 기타 역량이 미국 밖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미 불안정한 생성형 AI 데이터센터 전략에 관세를 둘러싼 상황이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응우옌은 “지금은 변수가 너무 많다. 관세 문제가 결국 AI 발전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AI가 느려지면 데이터센터 확장도 함께 늦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AI를 위한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한 시점에 관세 우려까지 겹치면서, 유럽의 한 클라우드 협회는 각국 정부에 클라우드와 디지털 서비스를 관세 갈등에서 제외해 줄 것을 촉구했다.


CISPE(Cloud Infrastructure Service Providers in Europe) 사무총장 프란시스코 밍고런스는 이메일에서 “대서양 양측의 정부가 보복 조치와 보호무역주의에 클라우드 및 디지털 서비스를 끌어들이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클라우드는 전 세계가 공유하는 자원이며, 누구나 원하는 서비스에 자유롭고 공정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복 조치 대상이 된다면, 관세나 세금으로 인해 미국 서비스의 상업성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유럽은 자국 주권에 기반한 대안을 마련할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타이밍


데이터센터 전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타이밍’이다.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목적에 따라 구축 기간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걸린다. 그러나 관세와 보복 관세가 시시때때로 바뀌며 비용 급등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부지 선정조차 쉽지 않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해당 관세가 발효되는 시점을 아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보조차 계속 바뀌고 있다. 일부 기업은 관세 문제를 피하기 위해 몇 년간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부품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핵심은 관세가 적용되기 전에 해당 부품을 실제로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응우옌은 데이터센터 부품을 대량 구매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응우옌은 “지금 부품을 대량으로 미리 확보해 보관하겠다는 생각 자체는 좋지만, 대규모로 운영하는 기업일수록 실제로 그렇게 하기 어렵다. 자금 여력이 있다면 분명 현명한 전략이지만, 이를 실현할 수 있을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량 구매 전략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 역시 타이밍이다. 기업이 필요한 부품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제조업체와 신뢰 관계를 구축해 놓은 상태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면, 필요한 부품을 주문하고 받기까지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특히 일부 부품의 공급 부족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기업들


관세 문제가 없더라도 데이터센터 입지 결정은 쉽지 않다. IT 부서가 고려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응우옌은 “단순히 공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냉각과 수자원뿐 아니라, 서비스가 실제로 사용될 위치와의 거리도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자동화 덕분에 데이터센터 인력 확보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응우옌은 “이제는 자동화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국가별로 인건비 차이는 있더라도 예전처럼 인력 채용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계획을 두고 고심 중인 IT 책임자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특히 수개월 또는 수년 뒤의 관세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예측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응우옌은 “데이터센터를 어디서, 언제 구축할지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을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짓고자 하는 위치에 따라 공급망 상황과 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관세 상황으로 인해 기업은 신규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할 수도 있다. 응우옌은 “인구 밀집 지역 근처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전력, 부지, 수자원, 인력 확보를 놓고 다른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을 잘 맞추는 것, 즉 ‘이웃과 공존하는 방법’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큰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포레스터의 결론은 명확하다. 응우옌은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정책 변화 가능성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센터 계획을 크게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혼란에 혼란 더하기


관세 상황은 매일 더 복잡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백악관이 발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에는 일시적으로 관세가 면제됐지만, 이를 탑재하는 서버와 랙 제작에 사용되는 알루미늄에는 면제가 적용되지 않았다.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Info-Tech Research Group) 자문 펠로우 스콧 비클리는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부품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비클리는 “데이터센터 구축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주요 비용 항목이 이번 신규 관세로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서버와 하드웨어는 물론 반도체, 메모리, 네트워크 부품, 케이블, 건축 자재 등의 가격이 관세 발효와 동시에 급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클리에 따르면, 전체 관세율이 54%에 달하는 중국은 데이터센터 부품 제조에 필수적인 원자재와 희토류의 주요 공급국이다. 관세율 32%의 대만은 AI, 스마트폰, 고성능을 요구하는 모든 최신 애플리케이션에 사용되는 첨단 칩셋 대부분을 유일하게 공급하는 국가다. 한국(25%)은 메모리 칩의 핵심 공급국이며, 일본(24%), 독일(EU 관세율 20%), 네덜란드(EU 관세율 20%)는 서버 랙, 냉각 시스템, 반도체 장비 같은 하위 부품을 공급한다. 멕시코와 베트남(46%) 같은 전자 제조(조립 및 유통) 분야의 오프쇼어 및 니어쇼어 계약 제조업체, 그리고 반도체 패키징을 담당하는 말레이시아(10%)까지 고려하면, 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전체 기술 공급망이 여러 지점에서 관세 부담을 안게 된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했을 때 인포테크는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가 상당한 부담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클리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들어가는 자재 비용이 약 20% 상승하고, IT 하드웨어 부품은 25%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체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이 약 16%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이 무리한 추정은 아니다. 기존의 자본 지출 계획은 용량 축소나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한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멈출 것인가, 버틸 것인가


비클리는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서 데이터센터 관련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며 “EU나 중국 같은 일부 국가나 경제 블록이 무역 전쟁을 더욱 격화시켜 관세율이 한층 더 올라갈 수 있다. 구매 기업은 단기간 내 극심한 변동성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한 계획을 세워야 하며, 상황이 전개되는 동안 일부 데이터센터 자본 지출 계획이 무기한으로 중단되는 일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무어 인사이트 &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 부사장이자 수석 애널리스트인 매트 킴벌은 대부분 데이터센터 운영팀이 일정 조정을 통해 초기 관세 전쟁 국면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킴벌은 “데이터센터는 한 번 가동에 들어가면 보통 20~30년의 수명을 가진다. 이번 무역 전쟁은 일시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구축이나 운영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물론 지금 당장 진행 중인 구축 프로젝트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를 책임자는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자재 구매는 잠시 멈추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우선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건설은 워낙 규모가 크고 움직이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정리되는 동안에도 시설팀과 시공사가 작업 일정을 조정해 생산성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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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 Schuman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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