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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독주 vs 보수 반전… 조기 대선 60일 승부 가를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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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명실상부 ‘대세’ 주자…사법리스크 변수
윤 ‘영향력’ 여전할 수도.. 당 ‘헤어질 결심’ 해야
‘국민의힘도, 이재명도 싫다’는 중도 민심 미지수
개헌·단일화...막판 '드라마' 연출할까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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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굳히기냐, 보수의 뒤집기냐.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60일 이내 조기대선’이 현실화했다. 보수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이번 대선은 이 대표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다. 불법 비상계엄, 탄핵심판 장기화에 피로감이 쌓인 유권자들은 보수진영 후보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기존 지지층 결집을 통해 반전을 노린다. “초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 이 대표가 보여준 게 없다”는 비판이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낮은 호감도 △보수 결집력 △중도층의 정치 환멸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대통령의 ‘얼굴’을 바꿀 핵심 변수들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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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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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일단은’ 독주


이 대표는 대선 정국에서 부동의 '1위 주자'다. 2022년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줄곧 독주 체제를 유지해왔다. 4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표 지지율은 34%로 여권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5%)와 현격한 격차를 보였다.

그간 발목을 잡던 사법리스크도 일부 해소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2심 무죄선고로 대권가도의 가장 큰 불확실성을 걷어냈다. 상대적으로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이재명계 주자들의 입지는 크게 줄었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이유다.

하지만 ‘비호감‘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이 대표는 2022년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듬해 자신이 체포될 상황에 놓이자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여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 저항했다.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받은 대목이다. 지난해 총선 공천에서 비명계가 줄줄이 탈락한 '비명횡사' 논란도 일었다.

형사재판의 경우에도 완전히 정리된 건 아니다. 공직선거법 위반을 포함해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성남FC사건 등 5개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이 대선 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판결을 매듭지을 가능성도 남았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에서 신속하게 6·3·3원칙(1심 6개월, 2심·3심 3개월 이내 마무리)을 적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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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주최 자유민주주의 수호 광화문 국민혁명대회에 참석해 전광훈 목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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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윤 대통령과 헤어질 수 있을까


‘이재명 생환, 윤석열 탄핵’ 상황을 맞은 보수는 절체절명의 위기다. 윤 전 대통령의 무모한 비상계엄 이후에도 강성 지지층은 서울 광화문·여의도에서 대형 집회를 열고 ‘탄핵 반대’를 외쳤다. 친윤석열계 의원들은 ‘극우’ 인사인 전광훈 목사, 전한길 한국사 강사 등과 손을 잡았다.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정당이 ‘반성과 쇄신’이 아닌 ‘국론 분열’에 앞장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보수가 궤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탄핵 직전까지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 12%(민주당 40%)까지 무너졌다. 반면 4일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5%, 민주당은 41%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보수진영은 탄핵에 찬성하던 국민과 ‘반대편’에 선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보수를 향한 냉랭한 민심은 4·2 재보궐 선거에서 가감 없이 확인됐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친 국민의힘 후보들은 기초단체장 5곳 중 4곳에서 패했다. 국민의힘 수도권 중진 의원은 “강성 보수층에 편승한 청구서가 날아온 것”이라면서 “이대로 보수 결집력이 유지되길 기대하지만, 실망감에 느슨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 과정에서 ‘후계자’ 지명 등으로 판을 흔드는 일을 막으라는 취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대선 이후 논공행상에 참여하려면 선거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 “윤 전 대통령도 분명히 역할을 하려고 할 텐데, 탄핵에 찬성했던 지지층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한 몸’인 친윤 중진 의원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당내에서는 친윤 중진 의원들이 ‘정권 재창출’보다 ‘대선 패배 후 당권 장악’을 노리고 있다는 뒷말이 적지 않다. 다음 당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 공천권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다선 의원은 “일부 친윤 중진들이 아스팔트로 나가 강성 보수층에 어필한 배경은 당권 때문이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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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왼쪽 사진부터) 전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뉴시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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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국민의힘 싫지만 이재명도 싫다’


거대 양당이 고정 지지층을 '영끌'하며 세를 결집하더라도 승부가 끝난 건 아니다. 결국 승패를 좌우하는 건 '중도 민심'이다. 중도층의 62%가 ‘정권 교체’를 택했고, 67%는 탄핵에 찬성했다(4일 한국갤럽 조사). 중도층은 국민의힘에 사실상 등을 돌린 셈이다.


다만 ‘국민의힘은 싫지만 이 대표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다’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위 조사에서 중도 응답자의 경우, 이 대표 지지는 38%에 그쳤다. 조사 직전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상승 효과는 없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이 대표는 확고한 지지층이 있지만 나쁘게 보면 박스권에 갇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민주당은 중도를 향한 우클릭이 한창이다. 이 대표가 “우리 당이 중도·보수 포지션을 맡아야 한다”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가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서해수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도 안보를 중시하는 중도 보수층으로 외연 확장을 꾀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국민의힘으로서는 중도 확장성을 가진 대선 후보를 배출하느냐가 과제로 남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이 대표에 붙어 보려면 중도 확장성을 가진 ‘탄핵 찬성’ 후보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당 지지층이 중도 확장성을 가진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한 전 대표를 비롯한 탄핵 찬성파를 대선 후보로 선출해 탄핵의 강을 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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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참석하에 열린 야5당 대통령 탄핵 촉구 사전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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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단일화... 막판 '드라마' 연출할까


대통령 탄핵을 재차 겪으면서 개헌은 시대정신이 됐다. 대권 주자들은 모두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를 위한 개헌을 약속했다. 반면 이 대표는 유일하게 개헌에 찬성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개헌 카드’를 일단 아껴 놓고 있다. 170석 거대 야당을 이끄는 이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개헌 수용' 입장을 낼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중도층의 경계심을 풀고 대선 승리를 결정짓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도 개헌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미 '마음'은 정했고 '시점'만 저울질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후보 단일화도 대형 변수다. 2022년 대선 막바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전격적으로 손을 잡으며 ‘보수 총결집’의 기반을 마련했다. 보수진영은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를 기대하고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비명계와 조국혁신당이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가 쟁점으로 남아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일반 국민 100% 참여 방식으로, 현행 권리당원 50%·일반 국민 50%인 국민참여경선 방식과 차이가 있다. 경선과정에서 출혈을 최소화하려는 이 대표측은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부정적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비명계도 오픈프라이머리를 강도 높게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22년 대선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비판이 무성할 만큼 볼썽사나운 네거티브 일색으로 흘렀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사건을 물고 늘어졌고,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의혹에 맹공을 퍼부었다. 한 국민의힘 차기 주자는 “이번 대선은 60일이라는 초단기 선거라는 점에서 인물·정책 검증은 힘들어 보인다”라며 “다만 그동안 쌓아 올린 정치적 성과들을 국민들이 충분히 고려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