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멕시코 '화색' 프랑스 '분노'…美 상호관세에 각국 대응 '온도차'

서울맑음 / 12.7 °
'USMCA 관세없는 나라' 띄우는 멕시코 "기업들 이곳에 오라"
룰라, 美관세에 "경계"…밀레이 "만족"
佛 "잔인·근거없는 결정"…加 "미국산 車 25% 맞불관세"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이후 전 세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각국 대응이 온도차를 보여 주목된다. 이번 상호관세에서 제외된 멕시코는 글로벌 기업 유치에 나섰다. 반면 같은 제외 국가임에도 캐나다는 자동차 관세에 대응해 맞불 관세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유럽연합(EU) 소속인 프랑스는 자국 기업에 대미 투자 중단을 촉구했다. 또 남미를 대표하는 주요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받고도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멕시코 "車 산업 적극 지원…가장 유리한 무역 조건"
아시아경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정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기본·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캐나다와 함께 멕시코가 제외된 것은 반길만한 일"이라며 "그 근거가 된 USMCA를 활용하기 위해 관세 영향을 받은 국가의 기업들은 멕시코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는 통상 질서 격변 과정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USMCA 준수 품목에 대한 무관세 조처를 유지한 것은 큰 성과다. 자유무역협정 존폐 위기 속에 당연히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었다"며 "전 세계에서 멕시코와 경쟁하는 많은 나라가 더 불리하게 됐다. 우리는 가장 유리한 무역 조건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멕시코 정부는 자동차 산업 지원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멕시코 자동차 산업은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완성차 업체를 포함해 USMCA에 따른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를 노린 기업들의 투자 덕분에 최근 급속히 성장했다. 한국의 기아도 북부 누에보레온주(州)에 생산 법인을 설립한 이래 미국·일본·중국계 회사들과 경쟁하고 있다. 멕시코자동차협회(AMIA)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지난해 396만4012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이 중 70%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멕시코 경제부는 지난해 수출액 기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중 약 84%는 USMCA 협정의 기준을 충족해 '0% 관세'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와 미국 자동차 생산 체인은 고도로 통합돼 있다. 미국 정부도 이를 알고 우리와 대화하고 있다"며 "멕시코 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철강·알루미늄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멕시코 정부는 '마약 펜타닐·불법 이주 책임'을 빌미로 미국에서 부과한 25% 관세 충격을 잠재우기 위한 협상에 주력할 예정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펜타닐 밀매를 막기 위한 멕시코의 활동이 더 진전된다면 25% 대신 12% 우대 세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이 사안에 대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佛 "대미 투자 중단" 촉구…加 "미국산 자동차에 '맞불 관세'"
아시아경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에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맞서 프랑스 기업에 대미 투자 중단을 촉구했다.

블룸버그통신과 폴리티코 유럽판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엘리제궁에서 대미 수출 업계 대표자들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날 열린 긴급회의에는 항공우주·화학·와인·자동차·제약·패션 등 프랑스의 주력 산업 분야 대표가 모두 참여했다. 고용주 단체들과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도 머리를 맞댔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부과를 "잔인하고 근거 없는 결정"이라고 비난하며 "향후 투자 또는 최근 몇 주 동안 발표된 투자는 미국과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을 때 유럽의 주요 기업이 미국 경제에 수십억 유로를 투자한다면 그게 무슨 메시지가 되겠느냐"며 "집단으로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4억5000만명의 인구가 있는 시장"이라며 "유럽인이 하나 돼 통일되고 균형 잡힌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보복 관세나 강제 조치, 디지털세 부과, 금융 조치 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트럼프 행정부의 25% 자동차 관세에 맞서 미국산 자동차에 25% '맞불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카니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의도한 대로 미국에 최대 영향을 미치고 캐나다에는 최소의 영향을 미칠 방식으로 조치를 취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부과한 캐나다의 맞불 관세 조치 역시 그대로 유지한다고 카니 총리는 밝혔다. 카니 총리는 "미국 행정부는 자국민에게 미칠 잠재적 피해를 고려할 때 결국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그들의 정책이 미국 가정에 피해를 줄 것이지만, 그 고통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기 전까지는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그 지점에 이르는 길은 매우 길 수 있다"며 "미국의 다른 교역 파트너들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에도 큰 어려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미국은 지난 80년간 글로벌 경제 리더십을 발휘해왔고, 이 기간 미국은 신뢰와 상호존중에 근거한 동맹을 강화하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을 옹호했다"며 "이제 그 시기는 끝났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교역국에 고율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만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날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브라질 "모든 수단 동원해 대응"…아르헨 "계획대로 진행 중"
국내총생산(GDP) 기준 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은 10%의 기본 관세 부과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정부 성과 발표 행사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옹호 의지를 다지면서 "브라질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에 직면해 우리는 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브라질 의회는 미국 관세 대응을 위해 무역 장벽에 맞서 정부에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브라질 정부가 자국의 상품이 일방적인 무역 조치를 받았을 때 관세 등 보복 조치로 맞설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기반을 제공한다.

미국을 상대로 석유, 커피, 철강 등을 수출하는 브라질은 지난해 대미 교역에서 400억헤알(약 10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미 무역 성적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 관세까지 추가되면서 브라질 정부는 "합법적인 국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를 활용하는 것을 포함, 양자 무역에서의 상호주의 보장을 위해 모든 가능한 조치들을 평가하고 있다"며 국제기구 등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브라질과 경쟁 관계인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로 10%의 관세를 맞았지만 브라질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관찰된다. 마누엘 아도르니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관세가 부과된 것에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친구는 친구로 남을 것"이라는 글과 함께 '모든 게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약자(TMAP)를 함께 적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