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피드스케이팅 간판'…지난해 부진 씻고 AG 2관왕
"AG 통해 '잘 하고 있다'는 확신 가져…밀라노 金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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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김민선이 1일 서울 강남구 넥스트크리에이티브 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4.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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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김민선의 비장의 무기는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었다. 승승장구 하던 그가 슬럼프에 빠져 힘든 시기를 보냈을 때도 이런 긍정적 마인드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시즌 부진 속에서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업적을 일구며 반등, 직접 경험해 봤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민선적 사고'다.
동계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등을 끝으로 긴 시즌을 마친 김민선을 '뉴스1'이 만났다. 모처럼 얼음에서 내려온 그는 반려견 '모카'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브런치 맛집을 검색해 찾아가는 등, 또래와 다름없는 '소확행'을 누리며 짧은 휴가를 만끽 중이었다.
돌아보면 김민선의 이번 시즌은 쉽지 않았다. 월드컵 1차 대회 동메달 이후 훈련법을 바꾸는 등 변화를 주는 과정 속에서 한동안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스케이트를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김민선은 묵묵히 얼음을 타며 반등을 준비했고, 시즌 중반 이후부터 바뀐 훈련의 결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민선은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슬럼프를 훌훌 털어냈다. 이어 월드컵 6차 대회 은메달, 세계선수권 동메달 등 연달아 시상대에 오르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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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스피드 스케이트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스프린트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민선이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뻐하고 있다. 2025.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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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든 시간 속에서 얻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나에 대해 확신 가진 계기"
김민선은 "솔직히 시즌 초반은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빙속 여제'라는 별명과 함께 주변의 기대치는 점점 커졌지만 결과가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잘 이겨낸 덕분에, 이제는 그 시간이 악몽이 아니라 '영웅담'이자 자산으로 바뀌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성과를 내는 것도 자랑할 만한 일이겠지만,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겨내는 것도 의미가 컸다. '힘들 때도 이 정도 했는데, 앞으로 좋은 흐름 속에서 잘 준비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금메달 2개(500m·팀 스프린트)와 은메달 1개(100m)를 따냈던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대회 커리어 하이'를 일군 의미 있는 성과였다. 더해 일 년 앞으로 다가온 2026 밀라노 올림픽을 준비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수확이었다. 평소 아시안게임을 올림픽으로 가는 중요한 관문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던 그였기에 더 그렇다.
김민선은 "이번 시즌을 돌이켜보면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힘들고 답답함이 있었다. 그런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2개 따내면서 첫째로는 대외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고, 두 번째로는 스스로에게 '내가 잘할 수 있구나'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이야 밝게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을 터. 막막함을 떨쳐낼 변곡점이 절실했는데 김민선에게는 하얼빈에서의 성과가 그것이었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잘하고 있는 게 맞구나' 싶은 확신이 들었고, 그 뒤로는 한결 쉬웠다. 그는 이어진 두 대회에서도 연달아 메달을 목에 걸었고 "하얼빈에서의 금메달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선수권에서도 잘할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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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김민선이 1일 서울 강남구 넥스트크리에이티브 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4.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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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선적 사고'란?…'하면 된다'는 자신감, 긍정적 사고
김민선은 현실주의자다. '살인 미소'를 장착한 외모와 달리 성격은 냉철하다. 성격유형 테스트 MBTI의 결과는 ESTJ(현실적인 경영자)다.
그는 "대학생 시절 주변 지인에게 나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고 리포트를 작성하는 수업이 있었다. 결과를 받아보니 다들 나보고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하더라. MBTI도 맥락이 비슷했다"면서 "그때 내가 남들보다 현실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그는 경기를 준비하거나 대회 목표를 말할 때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접근한다.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을 앞두고 "4관왕을 노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낼 수도 있었다. 그러면 기자들이 더 눈길을 끄는 헤드라인을 뽑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4관왕은 불가능하다"면서 "대신 (색 상관없이) 4개의 메달을 따겠다"고 실질적 목표를 밝혔던 바 있다.
그런 그가 내년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의욕만 앞선 게 아니다. 김민선은 "항상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준비한다. 세계선수권에서도 증명했듯이, 1위와 큰 차이도 나지 않는다. 남은 기간 내가 잘 준비만 하면 충분히 잘 뒤집을 것이라 속으로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목표를 금메달로 잡았다"고 말했다. 냉철한 현실주의자 김민선의 말이기에 믿음이 간다.
지난 시즌의 역경을 이겨낸 경험은 김민선의 목표를 더욱 구체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한때 인기 아이돌 그룹 IVE 장원영의 '긍정주의'를 뜻하는 '원영적 사고'와 '럭키비키'가 큰 인기를 끌었다. "마냥 잘 되는 것보다 힘들었다가 잘 된 게 낫다"고 이번 시즌을 정리하는 김민선도 기본적으로는 긍정주의자다.
더해 김민선의 철학에는 자신감도 묻어 있다. 김민선은 '민선적 사고'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하면 된다"라고 짧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막판 반등해 금메달까지 목에 걸어봤던 그다. 직접 '해 봤기' 때문에, '하면 된다'며 묵묵히 또 다음을 준비하는 민선적 사고는 더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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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스피드 스케이트 오벌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스프린트 시상식에서 김민지(왼쪽부터), 이나현, 김민선이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표팀은 이날 1분 28초 62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2025.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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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맛 같은 휴식도 잠시, 곧 올림픽과 새 시즌 훈련에 돌입
이제 김민선은 다시 새로운 시즌을 위해 뛴다. 그 시즌의 끝에는 대망의 올림픽이 있다. 당연히 초점은 올림픽에 맞춰진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이다.
지난 두 번의 대회에선 입상과 거리가 먼 선수였지만, 그동안 큰 폭으로 성장해 이제는 당당히 '금메달 후보' 자격으로 출전한다.
김민선은 "우선 올림픽은 경기장부터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아직도 평창 올림픽 당시 뜨거웠던 관중석 분위기와 감정을 잊지 못한다"면서 "2022년엔 (코로나19로 관중 제한이 있어) 그 느낌이 없었는데, 유럽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선 또 어떤 경기장 분위기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은 올림픽 시상대에 서서 태극기를 보는 상상도 해 본다"면서 "힘들 때마다 그런 순간을 그려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힘들었던 지난 시즌을 교훈 삼아, 이번 시즌은 부침 없이 더 완벽하게 비상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경험에 비춰보면 좋은 기록이 나왔을 때는 긴장하거나 다른 것을 신경쓰지 않고 무의식 수준으로 탔을 때"라면서 "결국 준비가 잘 돼야 올림픽 실전에서 긴장하지 않는다. 모든 건 준비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고, 남은 일 년을 후회 없이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꿈 같은 휴식도 잠시, 4월 둘째 주부터는 다시 '올림픽 모드'와 새 시즌을 위한 훈련에 돌입한다. 김민선은 코치진과 함께 지난 시즌 훈련 프로그램 중 좋았던 것들을 추리고 더 잘 맞는 것들을 더하는 방식으로 새 시즌에 대비할 예정이다.
이번 인터뷰를 위해, 그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메달과 세계선수권 메달 등을 직접 챙겨왔다. 어릴 때부터 크고 작은 대회에서 수많은 메달을 땄던 김민선은 이제 방에 메달을 더 둘 곳도 없을 정도다.
그래도 내년 올림픽에서 받을 메달을 둘 자리는 남겨둬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김민선은 "아, 만들어놔야죠. 내년을 위해 자리 여러 개 비워놔야죠"라며 해맑게 웃었다. 현실적이면서도 자신감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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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김민선이 1일 서울 강남구 넥스트크리에이티브 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4.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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