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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으면 사임” 서머스 전 美재무, 트럼프 ‘관세계산’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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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다음주 방미…"美 재무장관, 통상 회의 제안"
트럼프 상호관세율 “무역적자액, 수입액으로 나눠 도출”
“창조론으로 생물학 설명하는 격”
“점성술로 천문학 설명하는 것과 같아” 비판
헤럴드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하며 취재진에 손을 흔들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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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70) 전 미국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율 계산법을 맹비난했다.

그는 “보호주의 경제학을 믿는다고 해도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관세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은 채 상호관세를 도출한 ‘경제학’을 “창조론으로 생물학을, 점성술로 천문학을 각각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보호주의 경제학이란 국가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자 무역에 간섭해 추진하는 무역정책의 이론으로, 관세나 수입할당제 또는 다른 여러 수단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머스 전 장관은 “내가 속한 행정부에서 진지한 분석에 근거하지 않거나 해로운 정책을 추진했다면, 나는 항의의 뜻으로 사임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을 직격했다.

그는 빌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1995∼1999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2009∼2011년)을 각각 역임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무역상대국과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수치에 근거해 상호 관세율을 극히 단순하게 산정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미국이 해당 국가와의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액을 해당국에서 수입하는 금액으로 나눴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인 제임스 수로위에키는 전날 엑스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원래 주장한대로 해당 국가가 미국에 부과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상호관세율을 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관세율 계산 방법: 무역적자액 수입액으로 나누면 끝=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이 특정 국가와의 상품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뒤 그 비율의 절반을 상호관세율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상품 교역에서 179억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인도네시아에서 280억달러를 수입했는데 179억달러를 280억달러로 나누면 64%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네시아가 미국에 부과한 관세는 64%이며 따라서 이의 절반인 32%를 상호관세율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25%도 이 계산법과 맞아떨어진다.


미국이 지난해 한국과의 상품 교역에서 기록한 무역적자는 660억달러, 수입액은 1320억달러다. 660억달러를 1320억달러로 나누면 50%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 관세가 50%이며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25%라고 발표했다.

수로위에키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한 다른 나라의 대미 관세는 “만들어낸 숫자”라면서 “우리와 무역협정을 체결한 한국은 미국의 수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 무역적자 685억달러를 수입액 1482억달러로 나누면 46%이며 이의 절반은 23%다. 미국이 일본에 부과한 24%와 비슷하다.

이 계산법을 중국, 유럽연합(EU), 베트남, 대만, 인도 등에 적용하면 실제 상호관세율과 동일하거나 거의 같은 숫자가 나온다.

다만 미국이 무역흑자를 기록했거나 무역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비율이 10% 미만인 경우 기본 관세인 10%를 적용한 것으로 수로위에키는 분석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한 20% 부가가치세(VAT)가 있지만 상호관세율이 10%에 불과했다.

미국은 지난해 영국과 교역에서 1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구체적인 산정법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각 교역국이 미국에 적용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국가별로 숫자를 산출했고 이의 절반을 상호관세로 부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경제자문위원회(CEA)가 국제 무역·경제 문헌과 정책 관행에서 매우 잘 확립된 방법론을 이용해 숫자들을 계산했다. 그들이 사용한 모델은 우리가 어느 특정 국가와 가진 무역적자는 모든 불공정 무역 관행과 부정행위의 합산이라는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이 국가별로 산정한 상호관세 전체를 부과하는 대신 그 절반만 부과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 관대하고 친절하다”고 주장했다.

▶외교가서 단순계산법 이미 예상…재계 우려 커져=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태도를 고려하면 산정법 자체가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의 관세 의지가 워낙 강한 상황에서 관세 부과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상호주의’라는 구실을 댔을 뿐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 관세를 부과할 태세였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필요에 따라 숫자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았다.

미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혁신기업 투자자로 유명한 브래드 거스트너(52) 알티미터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너무 지나치다는 걱정을 업계에서 공유하고 있다”면서 “(정책을) 조정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에 지속적이면서도 연쇄적인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BC 방송이 보도했다.

거스트너 CEO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한 10명의 CEO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그들은 모두 관세 정책이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며 우려했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는 통상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보잉, 페덱스 등 각 산업 분야 대기업 CEO가 참여한다고 CN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