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해방일" 美 무역피해 언급하며 목소리 높여
은퇴한 노동자 연단으로 불러 '러스트벨트' 공략도
대형소품 등 활용, 정책 발표 넘어 정치 영향력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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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최신 무역장벽 보고서를 들고 "오늘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인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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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는 기존 정부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파격적인 연설이었다. 은퇴한 노동자에게 발언권을 주고,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장벽 보고서·국가별 상호관세율이 적힌 대형 차트 등 소품까지 준비했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사는 단순한 정책 발표를 넘어 정치적 영향력을 강조하는 퍼포먼스적 요소가 포함된 '쇼'와 같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8분경(한국시간 3일 오전 5시8분)경 로즈가든에 등장해 "미국인들이여, 오늘은 (미국의) 해방일"이라며 상호관세 발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미국은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 친구와 적국 모두에게 약탈당하고 강탈당했다"며 미국이 무역 피해국이라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난달 31일 USTR이 발간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꺼내들며 "외국의 무역 장벽이 상세히 적혀있는 매우 큰 보고서"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적힌 대형 차트도 소품으로 준비했다. 그는 차트를 직접 들고 상호관세가 적용된 국가를 하나씩 언급했다. 차트에 적힌 순서대로 중국, EU(유럽연합), 베트남, 대만, 일본, 인도까지 나라별로 별도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인도 다음으로 7번째에 있던 한국과 8번째 태국은 건너뛰고 9번째 스위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캐나다 매체 글로벌앤드메일의 섀넌 프라우드풋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둘러싼 수많은 의문에 그가 내놓은 가장 '유용한' 답변은 대충 만든 것처럼 보이는 관세표를 흔들며 설명한 내용뿐이었다"며 "마치 자선 모금 방송에서 거액 기부자의 수표를 들어 올리는 것과 같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격적인 연설에 앞서 은퇴한 자동차 노동자인 브라이언 판네베커를 연단으로 불러내기도 했다. 이는 두 차례의 대선(2016년·2024년) 결과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노동자들에게 이번 관세 정책이 그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홍보 연출 중 하나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로 자동차 분야 노동자 모임을 설립한 판네베커는 '트럼프'라고 적힌 챙모자와 형광 조끼를 입고 연단에 올라 "장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단기적인 어려움을 감수할 의향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자신의 선거 슬로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빨간 모자를 꺼내 흔들며 청중을 향해 "누가 이걸 원하느냐"고 물었고, 이어 손을 들며 환호하는 행사 참석자에 모자를 던지며 자신을 향한 지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트럼프 행정부 관리 다수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제 자문위원·일부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CEO(최고경영자)가 이날 백악관을 방문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가 로즈가든 행사에 참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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