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일등공신
애순부터 금명까지, 1인 2역 연기
“나의 삶 오가며 성장하고 위로받아”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과 애순의 딸 금명 연기를 통해 시청자와 만난 아이유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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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배우들 모두가 극찬했다. “아이유는 인간계가 아니”라고, “정말 대단하다”고, “너무도 고생을 많이 했다”고. 늘 의젓하고 어른 같던 그는 이번에도 자기 몫의 120%를 해냈다. 1인 2역, 두 번의 엄마, 두 번의 딸. 회차마다 눈물이 휘몰아쳐 온몸에 물기가 마를 정도였다. 그때엔 “물을 마셔가며 촬영했다”며 그저 웃고 만다.
“현장의 노고를 생각하면 우는 게 뭐가 어렵겠어요. 제가 제때 울지 못하면 이 많은 사람이 또다시 제주에 와야 한다고, 그 고생을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울었어요. (웃음)”
이보다 요망질(영리하고 똑똑하다는 의미의 제주 방언) 수는 없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1951년생 애순과 어린 엄마에게 온갖 성질은 다 내면서도 ‘짜증 난다’는 한 마디에 미안함을 실어 눈물을 쏟고 마는 애순의 딸, 1969년생 양금명.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던 두 사람의 삶은 온통 아이유(32)에게서 나왔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아이유로부터 시작됐다. 제작 확정 전 임상춘 작가에게 출연 제의를 받았다. 그는 “대본이 나오기도 전에 작가님께 연락받은 것은 처음이었다”며 “대본을 읽고는 애순이, 금명이의 성격이 저와 무척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저도 애순이, 금명이처럼 꿈도 욕심도 많았고, 지는 걸 싫어해요. 애순이처럼 마냥 긍정적이고 사랑스럽기만 한 인물은 아니지만, 나름의 맷집이 있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려는 시선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속 애순 시절의 아이유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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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는 “드라마는 순차적으로 찍을 수 없다 보니 하루 동안 애순을 찍다가 금명을 찍은 날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대본에서 명확하게 분리가 돼 있어 대본 그대로만 따라갔다”고 말했다. 애순이와 금명이를 구분하는 사소한 디테일은 ‘눈물 장면’에서 나온다. 애순이의 울기 전 시동 장면이 ‘힝’이라면, 금명이는 ‘잉’이라고 하는 식이다.
아이유가 고민한 지점은 나이대별로 달라지는 캐릭터의 성장이었다. 그는 “나이를 단순하게 분류하지 않으면서 입체적으로 접근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아이유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일명 ‘T(MBTI 분류 중 이성형) 톤의 내레이션’에도 세월의 흐름이 쌓였다. 내레이션은 많은 시청자의 눈물 버튼이었다. “50대 이후 금명이 엄마의 인생을 돌아보며 하는 이야기”가 찬란한 애순의 삶을 다시 밟아갔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긴 삶을 살아내는 것은 간단치 않은 일이다. 드라마 초반 등장해 시청자를 완전히 사로잡은 애순과 세상의 모든 딸을 대변하는 ‘금쪽이’ 금명은 아이유 안에서 이해와 온기로 성장했다. 그는 “‘애순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이 연기했고, 금명이는 자신을 대하듯이 연기한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며 “제가 애순이를 특히 많이 사랑했던 것 같다”고 했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금명 시절의 아이유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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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로 표현하고 노래를 쓰는 사람이다 보니 타인의 마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맞닿은 관객의 얼굴을 볼 때면 나의 마음을 통해 이 사람의 마음이 채워졌나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 사람들은 늘 선하지만도 악하지만도 않고, 늘 반짝이는 것도 늘 허름한 것도 아니에요. 제가 금명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았어요. 드라마와 제 삶을 왔다 갔다 하며 한 사람으로서 더 성장하게 된 것 같아요.”
아이유는 2000년대가 나은 대중문화계 아이콘이다. 2008년 열다섯 살에 가수로 데뷔해 여성 솔로 가수 최초로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장장 8만명을 동원하는 콘서트를 열었다. 연기 커리어도 아이돌이자 싱어송라이터로의 재능을 능가한다. 드라마 ‘드림하이’(2011)를 시작으로 ‘나의 아저씨’(2018), 영화 ‘브로커’(2022)까지 무수히 많은 히트작에서 수많은 얼굴로 다른 삶을 살았다.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전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이 친구 음악 좀 들어봐 달라’는 추천으로 시작해 가수로 데뷔한 인복으로 받은 행운이 ‘폭싹 속았수다’로 정점을 찍었다”고 했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과 애순의 딸 금명 연기를 통해 시청자와 만난 아이유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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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잘 해내는 사람이기에 모두가 ‘칭찬 일색’이지만, 스스로는 마음 같지 않은 날도 많다. 그는 “노래든 연기든 음악이든 마음은 저 멀리 가있는데 마음처럼 나오지 않을 때 절 때리고 싶기도 하고, 실제로 때릴 때도 있다”며 “이 일은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늘 칭찬을 받으니, 그것에 대한 부채감이 있다”고 했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새기고 또 새기는 것이 아이유의 삶의 방식이다. “감사해서 죄송한 마음, 그걸 잊는 순간 괴물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을 마치고 아이유는 지난해 발매한 미니음반 수록곡 ‘Shh..’를 썼다. 엄마, 친구, 선배 등 아이유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그녀’들에 대한 헌사였다. 물질하던 광례가 딸 애순이를 지켰고, 요망진 애순이가 밥상을 엎었고, 금명이가 욕심을 꺾지 않고 제 삶을 살았기에 새봄이(금명의 딸)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란 희망을 녹인 드라마 속 여성들의 삶이 노래에 실렸다. 그는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지만, 드라마를 촬영하며 제게 영향을 준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곡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고 했다. 차기작은 지난해 ‘선재 업고 튀어’로 인기 덤에 오른 변우석과 함께 할 ‘21세기 대군 부인’. 그래도 그는 아직 “70~80%는 애순”을 살고 있다. 하지만 다시 두 발을 내디뎌야 한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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