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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보호에 담긴 K컬처의 미래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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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 불법 웹툰 복제 사이트에 사설 스포츠 토토를 포함한 사행성 광고가 게재돼 있다. 인터넷 사이트 캡처


1900년대 시작된 미국 카우보이 영화의 인기는 대단했다. 걸출한 월드 스타들을 배출한 것은 물론, 할리우드 영화와 팝송, 뉴욕의 팝 아트, 맥도널드와 코카콜라에 이르기까지 세계가 '미국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에 빠지는 시작점이 됐다. 미국 특유의 개척정신과 자유로운 삶, 노력하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세계관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게 아닌가 싶다.

2025년 지금은 K팝으로 시작된 K컬처 열풍이 불고 있다. 전 세계가 우리 드라마에 가슴 졸이고, K팝에 춤추고, 한국 소설에 눈물 흘린다. 우리가 가진 어떤 것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일까. 기쁘고 흐뭇할 따름이다.

하지만 잘못된 방식의 애정(불법복제)은 불편하다. 지난해 해외 불법사이트 내 K콘텐츠 불법유통량이 4억1,400만 개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년 대비 18.5%나 증가한 수치로 해외 저작권 침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언어권별로 분석해보니 주로 동남아시아에 집중됐던 이전 양상과 달리 영어(26.4%), 유럽어(19.6%), 러시아어(10.2%) 비중도 상당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해외 현지 언어로 유통되는 불법 K콘텐츠 침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국내 권리자에게 제공해 자력 구제를 지원하는 '언어별 침해 정보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대응 중이다. 지난해 9개 언어권을 선별해 22만8,981건의 해외 유통 불법복제물을 삭제했고, 올해는 세계 인구 52%가 사용하는 10개 언어권으로 확대해 운영 중이다.

적발과 대응, 규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K콘텐츠를 즐기는 세계인과 저작권 보호 의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국가마다 저작권 보호 수준이 제각각이지만, 강압보다는 상생 관점에서 접근할 때 해외 저작권 침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보호원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국제 저작권 보호 광고 영상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고, 올해는 태국에서 '해외 저작권 지킴이' 20명을 선발해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또 개발도상국에 우리 저작권 보호 기술과 온라인 모니터링·디지털 포렌식 시스템 등을 전수하는 사업도 시급하다고 보고 추진 중에 있다.

오는 4월 23일은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저작권 보호 인식 제고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를 선포하는 행사가 열리는 날이기도 하다. 한국은 전 세계에 K콘텐츠를 수출하고, '국제지식재산지수(IP Index)' 저작권 분야에서 3년 연속 세계 7위에 오른 명실상부한 문화강국, 저작권 선진국이다. 이제 책임의식과 사명감을 가지고 저작권 보호 기반을 세계와 협력,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