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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에 탄 폐기물 경북에만 '메가톤급'…처리비 1500억 원 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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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주택만 4000채…울진 산불 10배
2002년 울진 415채 처리에 155억 원
물가상승 등 고려하면 10배 이상 추산
영덕 중상자 1명 숨져...경북 사망자 27명
한국일보

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의 주택들이 1일 검게 탄 채 파손돼 있다. 영덕=김정혜 기자


지난달 22일 의성군에서 발화해 경북 북동부로 확산한 산불 피해 지역에서 폐기물 처리가 발등의 불로 떠올랐다. 불탄 주택만 4,000채일 정도로 사상 최악의 피해가 발생해서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2002년 경북 울진 산불 사례에 비춰볼 때 폐기물이 100만 톤에 육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집계된 주택 피해는 3,986채다. 전소가 3,914채, 반소가 30채이고 42채는 부분적으로 화마의 피해를 입었다. 전소는 물론 나머지 주택들도 대부분 철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폐기물 규모는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다. 가재도구 등 생활폐기물과 벽돌 흙 철근 기와 같은 건설폐기물에 석면이 포함돼 특별한 방법으로 처리해야 하는 슬레이트 등 지정폐기물까지 합치면 족히 1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02년 3월 4~13일 경북 울진군 산불 때 주택 415채 등에서 나온 폐기물은 생활폐기물 1만 톤, 건설폐기물 7만3,000톤에다 지정폐기물까지 합쳐 약 9만 톤이었다. 당시 폐기물 처리비용만 약 155억 원이었다.

이번 경북 산불 피해는 울진 때의 약 10배인 주택 4,000채, 축사 420여 동, 농기계 6,200여 대에 이른다. 이 외에 안동시 남후면 남후농공단지와 법인 소유 창고 등도 많이 불타 총 폐기물은 100만 톤에 이를 수 있다. 물가상승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 계산해도 처리비용이 1,500억 원 이상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비용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폐기물은 우기가 시작되는 6월 전까지 처리해야 한다. 장마철에는 불탄 건물에서 유독물질이 새어 나와 영남의 젖줄 낙동강을 오염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은 촉박한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불탄 건물 중 상당수가 중장비 진입이 어려운 곳에 있어 당장 철거 및 수거부터 험난하다.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린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영덕군의 한 산불 피해 주민은 "당장 불탄 집을 치워야 조립주택이라도 놓을 텐데"라며 한숨을 토했다.
한국일보

지난달 31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남후농공단지 내 한 공장이 산불에 타 녹아내렸다. 안동=김재현 기자


경북도는 오는 8일까지 1차 피해조사 후 환경부 실사를 거쳐 처리해야 할 폐기물량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어 지역별로 중간 집하장을 마련해 철거한 폐기물을 수거한 다음 민간업체에 위탁처리할 방침이다.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산불로 인한 폐기물 처리는 전액 국비로 지원한다.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초저금리 긴급 경영안정자금 및 재해특례보증 등도 신속히 집행할 계획이다. 다만 중소기업의 폐기물 수거 및 처리비용 지원은 아직 명확한 방침이 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정부 지원이 없다면 남후농공단지 등의 중소기업들은 개별적으로 가입한 보험에 의존해야 하는데, 보험에 따라 철거비와 폐기물 처리비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업주들은 "일부 보험사는 자연재해라며 별도 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에는 보상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경북도는 특별재난지역 선포에도 불구하고 지원 대상에서 빠진 공장 등에 대해서도 폐기물 국비 처리를 건의할 방침이다.

한편 서울의 한 병원에서 화상 치료를 받던 60대 영덕군 주민 한 명이 전날 오후 4시쯤 끝내 사망했다. 이번 산불로 인한 경북 지역 사망자는 의성군에서 산불 진화 중 헬기 추락으로 숨진 박현우 기장을 포함해 27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32명인데, 이 중 3명은 위독한 상태다.


안동=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영덕=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