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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매일 장타 터뜨리는데 SF는 왜 난감? 타순 또 바꿔야 하나, 잘해도 고민이다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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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을 앞두고 20홈런 이상을 보장할 수 있는 공격형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와 7년 총액 1억82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에 사인했다. 지난해 유격수 문제로 골머리가 아팠던 샌프란시스코는 오프시즌 자유계약선수(FA) 및 트레이드 시장을 면밀히 관찰한 끝에 아다메스가 최적임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수 모두에서 샌프란시스코의 고민을 날려버릴 수 있는 카드였다.

아다메스가 들어오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상위 및 중심 타선의 구상을 재정립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다메스는 장타력을 갖춘 선수다. 그렇다고 발이 느린 선수도 아니다. 요즘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는 강한 2번과도 잘 어울렸다. 이에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주로 1번을 맡았던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를 3번으로 내리고, 1번 자리에는 지난해 출루율이 높았던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를 쓰기로 했다. 이정후 1번 기용도 문을 열어두기는 했지만 시범경기부터 개막 이후 지금까지 줄곧 3번을 치고 있다.

출루율이 좋은 웨이드 주니어를 리드오프로 쓰고, 그 뒤에 한 방이 있는 아다메스로 상대 마운드를 압박한다. 여기에 정확도가 있는 이정후를 3번으로 배치하면 앞선 주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볼넷도 출루지만, 역시 주자를 불러들이려면 대개 안타가 필요하다. 이정후의 고타율을 믿었다. 그리고 그 뒤에 타율은 조금 떨어지지만 역시 언제든지 홈런을 칠 수 있는 맷 채프먼을 넣었다. 좌우로 지그재그 효과도 있었다.

이정후는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스프링트레이닝 기간 중 등의 담 증세로 일주일 이상 실전에 나서지 못했던 이정후는 시범경기 막판 세 경기에 출전해 급하게 몸 상태를 끌어올린 감이 있었다. 하지만 개막전 라인업에 무사 포함됐고, 매 경기 선발 출장해 매 경기 출루하면서 샌프란시스코 공격 흐름을 돕고 있다. 이정후의 출루가 타점은 물론 득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3번 기용은 성공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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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2일(한국시간) 미 텍사스주 휴스턴 다이킨 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3번 중견수로 출전,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종전 0.286에서 0.278로 조금 떨어졌지만, 이날 2루타 하나를 기록한 덕에 시즌 장타율은 종전 0.429에서 0.444로 올랐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825로 무난한 출발을 알리고 있다. 올 시즌 5경기 중 4경기에서 안타를 터뜨렸고, 안타를 치지 못한 한 경기도 2볼넷을 기록해 전 경기 출루 중이다. 여기에 이날까지 세 경기 연속 2루타를 때렸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윌리 아다메스(유격수)-이정후(중견수)-맷 채프먼(3루수)-헬리엇 라모스(좌익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윌머 플로레스(지명타자)-패트릭 베일리(포수)-크리스티안 코스(2루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 투수로는 팀의 에이스인 로건 웹이 나갔다. 이정후는 이날 상대 선발 우완 하이든 웨스네스키와 상대했다.


이정후는 1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선 첫 타석에서는 2루수 땅볼에 머물렀다. 0-0으로 맞선 3회 샌프란시스코에서 선취점이 나왔다. 선두 패트릭 베일 리가 볼넷을 얻었고, 이어 크리스티안 코스까지 볼넷을 얻어내며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윌리 아다메스가 두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2타점 적시타를 쳐 앞서 나갔다. 다만 아다메스 이후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샌프란시스코는 4회 최근 절정의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는 헬리엇 라모스가 솔로포를 치며 3-0으로 앞서 나갔다. 선발 로건 웹도 4회 호세 알투베에게 솔로홈런을 맞아 1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안정적인 투구로 팀 리드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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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안타는 3-1로 앞선 8회 나왔다.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상대 투수 오커트의 2구째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야무지게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로 이어졌다. 타구 속도가 104.5마일(168.2㎞)에 이르렀고, 비거리도 376피트(114.6m)였다. 코스만 좋았다면 홈런이 될 수도 있었던 비거리다. 이정후는 3루까지도 생각했지만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무리할 이유는 없었고 3루에 멈췄다. 세 경기 연속 2루타를 만드는 순간이었는데 이 세 개의 2루타 중 가장 홈런에 가까운 잘 맞은 타구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어진 무사 2루에서 후속타 불발로 득점에 실패했지만, 마운드가 버텼다. 선발 로건 웹이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고, 이어 로저스와 워커가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휴스턴의 추격을 따돌리고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전적 4승1패로 초반 기세를 올렸다.

그런데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바로 이정후를 3번으로 내린 하나의 이유였던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부진이다. 201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웨이드 주니어는 지난 2년간 좋은 출루율을 보여준 선수였다. 2023년은 타율이 0.256에 머물렀으나 76개의 볼넷을 골라 출루율은 0.373으로 좋았다. 2024년도 타율은 0.260으로 높지 않았지만 역시 62개의 볼넷을 얻어 출루율은 0.381로 수준급이었다. 4할 출루율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리드오프에 들어가기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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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는 웨이드 주니어의 출루율을 믿고 타순을 조정했다. 그런데 믿었던 웨이드 주니어가 리드오프 자리에 적응을 못했는지 부진하다. 웨이드 주니어는 이날까지 5경기에서 16타수 무안타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여기에 볼넷도 하나도 못 골랐다. 즉, 시즌 출루율이 0이다. 아다메스의 장타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점, 이정후와 채프먼, 그리고 라모스까지 3~5번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웨이드 주니어의 부진이 너무 아쉽다. 샌프란시스코 타선이 좀처럼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다.

아직 구단은 웨이드 주니어를 신뢰하고 있고, 타순을 흔들 계획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부진이 장기화되면 샌프란시스코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현재 웨이드 주니어 외에 1번이 가장 어울리는 선수는 역시 이정후다. 이정후의 올해 출루율은 0.381로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해 1번을 봤던 경험도 있다.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다만 이정후로서도 시즌 중 타순이 이리저리 바뀌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샌프란시스코로서도 가장 이상적인 것은 기존 구상이다. 타율을 봤을 때 웨이드 주니어가 출루하고, 이정후가 해결하는 게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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