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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16명의 ‘입’ 尹 운명 가른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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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탄핵 심판 5대 쟁점 上
윤 대통령 탄핵 선고 4월 4일
16명 증인 17차례 출석해 증인신문
비상계엄과 포고령 1호 위헌·위법성 쟁점
국회 방해, 주요 인사 체포 지시 두고 공방
헤럴드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헌법재판소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이 오는 4일 결정된다. 지난해 12월 3일 밤 10시 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만이다. 헌법재판소가 압축한 5가지 쟁점 중 1개만 중대한 위헌·위법으로 판단해도 탄핵이 인용된다. 이번 탄핵 심판에서는 16명 증인의 증언이 파면 여부를 가를 ‘키’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운명 가를 5대 쟁점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4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즉시 파면되고, 탄핵을 기각하면 즉각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헌재는 지난해 12월 27일 1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 측의 탄핵소추 사유를 5가지 쟁점으로 압축했다. ▷계엄 선포 ▷포고령 1호 발표 ▷군대·경찰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영장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주요 인사 체포조 운용 등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이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비교하면 16명 증인의 ‘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와 달리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삼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20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검찰 조서는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할 때만’ 형사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해당 조항을 근거로 헌재가 검찰의 12·3 비상계엄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면 안 된다고 반발했다. 헌재는 “헌법 재판은 형사 재판과 다르다”며 형사소송법을 완화해 적용,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헌재에 출석한 증인들에 대해서는 진술 당시 변호인이 입회했는지, 직접 서명했는지를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논란을 피하기 위해 탄핵 심판에서 직접 제시된 증거와 증인들의 증언을 꼼꼼히 따져 최종 결정문을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 5대 쟁점을 두 차례에 걸쳐 분석한다.


‘야당 독재’ 비상계엄 선포 이유되나
헤럴드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27분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첫 번째 쟁점은 12·3 비상계엄의 실체적·절차적 적법성이다. 윤 대통령 측은 ‘계엄은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라며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또 야당 주도 국회의 탄핵 소추안 남발, 예산 삭감과 글로벌 안보 위협 증가 등을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이었다고도 주장했다. 계엄 선포의 실체 요건을 갖췄다는 취지다.

헌법 제77조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병력이 필요할 경우에 한정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정당성을 뒷받침 하기 위해 박춘섭 경제수석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 수석은 “줄탄핵, 입법, 예산 단독 삭감 등이 종합적으로 (비상계엄 선포에) 작용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절차적 요건을 갖췄는지는 ‘국무회의’가 핵심이다. 헌법재판관들의 질문이 가장 집중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헌법상 계엄의 선포·해제는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고,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사령관 임명 역시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당일 저녁 8시께부터 국무위원을 소집, 선포 직전 약 5분간의 회의가 ‘국무회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10차 변론에서 “통상의 국무회의가 아니었다. 형식적·실체적 흠결이 있었던 것은 팩트”라고 말했다. 반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7차 변론에서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훨씬 실질적이었다”며 국무회의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모든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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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월 4차 변론기일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두 번째 쟁점인 포고령 1호는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과 관련이 깊다. 비상계엄 당일 오후 11시를 기해 포고령 1호가 발효됐다. 국회 측은 ‘일체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2018년 대법원은 1972년 박정희 정부가 유신체제를 선포하며 내린 비상계엄 포고령이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비상계엄 자체가 위헌·위법해 포고령도 효력이 없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4차 변론기일에서 “포고령은 상징적인 것으로 집행 가능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포고령 실행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위헌·위법이라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같은 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주무장관으로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해 포고령을 집행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실제 김 전 장관은 포고령 집행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체포조 운용’ 의혹은 부정하면서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포고령 위반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목록을 불러준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 김 전 장관은 “포고령 위반 우려가 있는 대상자들을 잘 살피라고 지시했다. (위반 행위를) 계속하면 체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회 둘러싼 군·경…“尹이 ‘끌어내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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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세 번째 쟁점은 국회 활동 방해다. 당일 경찰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하고, 군인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다. 헌법은 계엄 선포 후에도 국회의 활동을 보장한다. 군·경 투입 목적이 ‘국회 방해’였다면 위헌이 된다.

윤 대통령 측은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안을 통과시킬 수 없게 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은 5차 변론기일에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수도방위사령부 관계자도 같은 취지의 증언을 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은 비상계엄 당일 국회로 출동한 수방사 군인의 현장 지휘관이다. 조 단장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12월 4일)0시 45분 어간에 임무를 부여받았다. ‘내부로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조 단장은 헌재가 직권으로 채택한 유일한 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