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韓 제조업 60%에 불똥…배터리·車·반도체 순 영향 커”

경기도 평택항 내 자동차 전용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 모습. 뉴시스

국내 제조업 5곳 중 2곳이 미국발 관세 리스크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업종별로는 배터리와 자동차업종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 21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 제조기업의 미 관세 영향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의 60.3%가 트럼프발 관세 정책의 직·간접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46.3%로 가장 많았고, ‘직접 영향권에 있다’는 응답은 14.0%였다.

관세 리스크를 받는 기업들은 ‘미국 수출기업에 부품·원자재 납품하는 기업’(24.3%)과 ‘미국에 완제품 수출하는 기업’(21.7%)의 비중이 높았다. 그 다음은 ‘제3국(중국·멕시코·캐나다 제외) 수출 및 내수기업’(17.9%), ‘미국에 부품·원자재 수출기업’(14.2%), ‘중국에 부품·원자재 수출기업’(13.8%) 등의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이에 대해 “미국에 직접 수출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미 관세 대상국 이외의 국가와 국내 시장에서 중국 등과 경쟁하는 기업, 중국에 부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기업들도 간접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관세의 직·간접 영향권에 속한 업종을 살펴봤더니 배터리(84.6%)와 자동차·부품(81.3%) 업종이 가장 많았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에 부품, 소재 등 중간재를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69.6%), 의료정밀(69.2%), 전기장비(67.2%), 기계장비(66.3%), 전자·통신(65.4%) 등이 뒤를 이었다. 미 관세의 영향으로 납품물량이 줄어들 거라고 우려를 표한 기업은 전체의 47.2%나 됐다.

미국은 업종별 관세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12일엔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 관세가 시행됐고, 같은 달 26일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최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 보편관세가 국내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이 25% 관세를 매기면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대비 18.59%, 철강 수출액은 11.47%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전체 수출 중 미국의 비중이 46%나 됐는데, 여기에 멕시코 등 타국 생산공장에서 수출하는 물량까지 고려할 경우 약 70만대 물량이 영향을 받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본격적으로 미국 관세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제조기업들은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중국의 저가공세 등의 간접영향까지 더해져 경영상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네트워크와 외교 채널을 통해 관세 영향 최소화에 힘쓰고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책을 세우는 한편, 장기적으로 관세와 같은 대외리스크를 이겨낼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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