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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준비한 남도김치·5·18주먹밥···광주시민들 ‘밥 한 그릇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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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준비한 남도김치·5·18주먹밥···광주시민들 ‘밥 한 그릇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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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산불 이재민위해 새 김치·밥 보내
최악의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영남지역 이재민들에게 보내기 위해 김치 명인들이 새로 담근 김치. 광주시 제공

최악의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영남지역 이재민들에게 보내기 위해 김치 명인들이 새로 담근 김치. 광주시 제공


“가진 재주라고는 김치 담그는 것밖에 없습니다. 새 김치에 이재민들께서 밥 한 숟가락 더 드셨으면 합니다.”

광주 북구 무등산 수박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란씨(60)는 광주시가 영남 산불 이재민들에게 보낼 구호물품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새 김치를 담기로 했다.

2000여명이 먹을 수 있는 갓김치 100㎏을 준비하는 데에는 지난 26일부터 이틀이 꼬박 걸렸다. 광주 시민들이 최악의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영남지역 주민들을 음식으로 위로하고 있다.

3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임씨 등 광주김치축제에서 대통령상을 수상은 ‘김치 명인’ 5명이 영남지역 산불 이재민을 위해 김치 500㎏을 담가 보냈다. 광주와 전남에 사는 명인들이다.

이재민들에게 보내진 김치는 임씨의 갓김치를 비롯해 배추김치, 섞박지, 꽃물김치, 갓자박이(물김치) 등 5종류다. 김치는 5㎏ 단위로 포장돼 경북 청송과 경남 산청 이재민들에게 보내졌다.

김치 명인들이 소매를 걷고 나선 것은 지난해 12월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경험 때문이었다. 이들은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식사도 거르고 구호 텐트에만 있다”는 말을 듣고 김치와 죽을 준비해 현장으로 갔다고 한다.


임씨는 “김치와 죽을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재난 현장에서 김치가 힘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면서 “산불 이재민들을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김치에 밥 한 그릇 드시고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양동시장 상인들이 31일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경북 영덕군에 보내기 위해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광주 서구 제공.

광주 서구 양동시장 상인들이 31일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경북 영덕군에 보내기 위해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광주 서구 제공.


광주 서구 주민들은 산불로 큰 피해를 본 경북 영덕군에 ‘주먹밥’ 만들어 보냈다. 양동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양동 장금이’는 이날 새벽부터 재료를 준비해 주먹밥 500인분을 직접 만들었다.

양동시장 상인들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을 위해 시장에 솥을 얹고 주먹밥을 만들었다. 영덕에 보낸 주먹밥에는 이런 연대의 마음이 담겼다. 서구는 주먹밥과 함께 생수와 컵라면, 생필품 등 긴급 구호물품도 함께 보냈다.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은 “대규모 산불로 너무 많은 분이 희생됐고 수많은 이재민과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지역을 떠난 연대가 필요하다”며 “나눔과 연대의 마음이 이재민들이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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