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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내수·산불까지… 위기의 경제 버팀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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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조 필수 추경 추진’ 공식화

힘 잃은 내수, 각종 지표 마이너스 행진
트럼프 관세 리스크는 우리 경제 옥좨
산불까지 덮치자 지역경제 피해 심각
해외IB들 ‘韓 성장률 0%대’ 등 줄하향
피해 복구·AI 기술 경쟁 등 지원 집중
정부 추경카드 뽑았지만 효과 불투명
정부가 ‘10조원 추경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최근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1년 내내 계속된 내수 부진이 올해 들어서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최근 영남권 일대를 휩쓴 최악의 산불로 ‘벚꽃 특수’도 사라진 상황이다. 여기에 4월부터는 미국발 상호관세 조치가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2분기 이후 경기 전망은 온통 ‘잿빛’뿐이다.

글로벌투자은행(IB)들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특히 0%대 성장이라는 충격적인 전망도 나왔다. 정부가 추경의 콘셉트를 ‘산불’이 아닌 대내외 악재에 대응하는 ‘필수’로 확장한 이유다. 추경을 통해 경기를 끌어올릴 수는 없더라도 떨어지는 폭을 낮추는 ‘버팀목’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세계일보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이 손님을 위한 테이블을 준비한 채 대기 중인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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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내수 지표는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0.6%,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0.8% 각각 감소했다.

주요 업종의 카드소비도 줄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소비 관련 대부분 업종에서 작년 동월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은 카드 매출이 12조700억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2200억원가량(1.8%) 줄었다. 돈이 돌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불로 인한 지역 경제 피해까지 심각하다. 지난 22일 경상북도 의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으로 확산하며 약 4만8000㏊에 이르는 산림 피해와 75명의 사상자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산불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소요를 최우선으로 반영하겠다”며 “신속한 산불 피해 복구와 피해 주민의 온전한 일상 복귀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번 사태와 같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불 예방·진화 체계 고도화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발 통상 리스크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 2일(현지시간) 각국의 관세와 비관세장벽을 고려해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했다.


미국발 리스크가 가시화하자 정부는 통상 대응을 ‘필수 추경’에 포함했다. 정부는 추경안을 통해 우리 수출기업의 무역 금융과 수출바우처를 추가로 공급하고, 핵심품목의 공급망 안정 지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을 위한 지원도 추가된다. 글로벌 AI 기술 경쟁을 선도할 수 있도록,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추가 확보하고, 중소기업 등의 AI 컴퓨팅 접근성 제고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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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총리는 “대외적으로 미국 신정부의 관세 부과 등 통상리스크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주력산업의 생존이 위협받고 AI 등 첨단산업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며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수출 둔화가 중첩되면서 서민·소상공인 취약부문의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기존 가용재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신속한 추가 재정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부가 재난 피해 지원과 통상 대응 등을 위해 추경을 꺼내 들었지만, 하락세를 보이는 우리 경제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영국계 IB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지난 28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은 0.9%로 하향 조정했다. HSBC도 최근 1.7%에서 1.4%로 낮추면서 “1∼2월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는데 미국의 관세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임에도 약세인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바클레이스도 올해 우리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종전 2.0%에서 1.2%로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세종=안용성 기자,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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