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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에 ‘광클’까지···경북도청 신도시는 오늘도 ‘수영장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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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에 ‘광클’까지···경북도청 신도시는 오늘도 ‘수영장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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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북부권 발전 목적으로 만든 신도시
정작 주민 문화생활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
경북도청 전경. 경북도 제공

경북도청 전경. 경북도 제공


경북도청 신도시에 사는 김모씨(40대)는 최근 수영 강좌 등록 제비뽑기에 ‘당첨’됐다. 그가 다니는 예천군 청소년수련관 수영장은 3개월마다 추첨을 통해 당첨공을 뽑아야 재등록할 수 있다. 당첨공을 뽑지 못하면 다음 제비뽑기가 열릴 때까지 수영을 배울 수 없다. 수영을 배우고 싶어하는 지역민은 많지만, 시설 규모가 작은 예천군의 ‘고육지책’이다.

경북도청 신도시에 사는 이모씨(30대)는 지난 1월 안동시 풍천면에 있는 맑은누리파크 스포츠센터에서 진행되는 수영 강좌를 등록할 수 없었다. 지난해 개장한 이 수영장 강좌는 선착순 방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인기 시간대 강좌는 등록창이 열린 지 1분도 안 돼 마감된다.

이씨는 “강좌신청 시간이 되면 트레픽이 몰려 신청창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휴대전화로는 할 수 없더 PC를 동원해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혹시 취소하는 인원이 있을까 싶어 매번 스포츠센터 홈페이지를 둘러본다”고 말했다.

경북도청 신도시 주민들이 수영 강좌 등록을 위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수영을 배우고 싶어하는 주민은 많지만 시설 규모가 부족한 탓에 매번 ‘제비뽑기’나 ‘광클(매우 빠르게 클릭)’ 등 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예천군 청소년수련관 수영강습을 받는 한 주민이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독자 제공

예천군 청소년수련관 수영강습을 받는 한 주민이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독자 제공


27일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도청 신도시’는 경북 북부권 발전을 명분으로 지난 2016년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등 2개 기초자치단체에 걸친 지역에 조성됐다. 경북경찰청·경북교육청·경북농협·경북개발공사 등 70여개 공공기관도 이곳에 입주했다.

신도시에 수영장이 조성된 것은 지난해 4월 30일이다. 신도시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인 ‘맑은누리파크’에 경북도가 190억원을 들여 수영장과 찜질방, 스크린골프장 등을 갖춘 스포츠센터를 건립했다.


이 센터 수영장은 6개 레인(25×15m)규모로 최대 150명까지 강습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출근 시간 전인 오전 6~8시 강좌와 퇴근시간대인 오후 6시 이후 강좌는 모집과 동시에 1분만에 매진된다.

센터를 운영하는 안동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6개월 단위로 신규모집하고 중간에 강습을 그만두는 등 공석이 나올 때만 추가등록을 받고 있다”며 “워낙 빠르게 마감되다 보니 나이가 많은 어르신의 경우 강좌 등록이 어려워 불만이 많다”라고 말했다.

예천군 청소년수련관은 이같은 문제 때문에 처음부터 ‘추첨제’를 도입했다. 신도시가 이전해오기 전부터 수영장을 이용하던 어르신들이 많아 ‘선착순’ 제도가 맞지 않아서다. 이곳은 신도시 이전으로 수영장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경북도청사 전경. 경북도 제공

경북도청사 전경. 경북도 제공


청소년수련관 관계자는 “(초창기엔)기존 이용객 대부분이 연령대가 높아 인터넷 접수와 현장 접수를 동시에 진행했다”라며 “현장 접수의 경우 새벽 3시부터 줄을 서시는 경우가 있어 추첨제로 바꿨다. 운이 적용하는 방식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2조10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해 만든 신도시가 주민 문화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맑은누리파크 스포츠센터는 지난 2017년 주민편익시설 기본방침을 수립했지만 준공까지 7년이나 걸렸다.


대구에서 경북도청 신도시로 온 윤모씨(30대)는 “생활체육을 잘 배우고 있다가 갑자기 내 의지와 관계없이 못하게 되는 황당한 일이 자주 벌어진다”며 “(경북도는) 명품 신도시를 만들었다며 자화자찬하지만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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