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농산물 수출 돕기로… 유럽 불편
러, 제재 해제 요구… 발효 시점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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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휴전 합의 범위가 에너지 시설에서 흑해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미국의 대(對)러시아 농산물 수출 지원 약속이 우크라이나 편인 유럽의 반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러 제재 약화 가능성 때문이다. 아예 러시아가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내거는 바람에, 합의가 언제 이행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졌다.
전면 휴전까지 진일보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가 흑해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군사 목적으로 상업용 선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성명에서 이를 확인했고, 우크라이나 국방부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미러 합의를 자국도 수용했음을 공표했다.
아울러 백악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상대편 에너지 시설 공격을 30일간 중단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최근 합의가 이행되도록 방안을 마련한다는 데에도 미러가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 에너지와 해양 분야에서의 이런 합의 이행을 도울 제3국의 중재를 미러 모두 환영한다고 알렸다. 이에 대한 크렘린궁과 우크라이나 국방부 입장도 같았다.
이날 합의로 전면 휴전까지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날 전까지 양국은 상호 에너지 인프라(기반시설) 공격을 30일간 멈춘다는 것에만 원칙적으로 합의한 상태였다. 크렘린궁은 추가 성명에서 공격 유예 시설에 정유 공장과 석유 저장 시설, 석유·가스관 시설, 발전소와 변전소 등 전력 생산·송전 시설, 원자력·수력발전소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공격 중단 기간은 일단 18일부터 30일간이라고 크렘린궁은 부연했다.
미국 측 협상단은 23~2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대표단을 잇달아 만나 이런 합의 도출을 중재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대표단은 직접 만나지 않았으며 미국 측이 양국 대표단과 따로 회담하며 합의를 유도했다.
휴전 조건 내건 러시아
미국이 러시아에 편향된 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유도하고 있다며 항의하는 한 시위자가 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이어 붙인 트럼프 카드 형상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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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미국이 러시아에 한 약속이다. 백악관은 “미국은 농업(농산물)과 비료 수출을 위한 러시아의 세계 시장 접근을 복원하고, 해상 보험 비용을 낮추며, 이런 거래를 위한 항구 및 결제 시스템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이 강화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일종의 합의 유인책(인센티브)을 제시한 셈이다.
더 심각한 것은 러시아가 농산물 수출 관련 제재 해제를 대놓고 휴전 발효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크렘린궁은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로셀호스)과 국제 결제 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간 연결 복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전쟁 발발 이래 서방은 결제 시스템 차단 등 금융 제재로 러시아의 농산물 거래를 곤란하게 해 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현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이 농업 부문 대러 수출 제재 해제를 승인할 것 같지 않다며 흑해 휴전이 언제 어떻게 이행되는 것인지, 각자가 얼마나 이행 의지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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