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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해 복귀 후 여권 겨냥 감사에 첫 제동... 야권과 기싸움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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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수사 중으로 결론내리기 적절치 않다"
국회 요구 감사 소극적으로 진행될 우려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한 13일 최 감사원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업무복귀하며 소회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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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원회의 불법적 2인 구조 및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 등에 대한 감사'에 대해 사실상 '각하'에 가까운 결정을 내렸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후 첫 감사부터 제동을 건 것이다. 감사원이 착수한 감사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은 이례적으로, 앞으로도 국회가 요구한 감사들에 대해 유사한 결정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감사원은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이 임명한 상임위원 2인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점, 2인 체제로 방송문화진흥회와 한국방송공사 이사를 선임한 점, 방통위가 이사 추천과 선임 과정에 대한 회의록과 속기록을 국회로부터 요구받고도 제출하지 않은 점, 김태규 부위원장이 국회에서 회의 내용에 대한 증언을 요구받고도 답하지 않은 점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지난 20일 감사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가 재판과 수사 중인 사안이라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방통위 2인 구조 운영과 방문진, 한국방송공사 이사 선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을 기각했으나 법원에서는 방통위 2인 체제는 문제가 있다며 인용판결을 내리는 등 사법기관 간에도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며 서울행정법원에서 2인 체제의 위법성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국회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향후 위원회가 구성되어 회의록과 속기록이 위원회에 보고되면 의결한 뒤 제출할 계획이라고 국회에 설명했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 없이 국회의 요구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긴 곤란하다고 명시했다. 김 부위원장의 증언 거부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가 고발하기로 의결하는 등 이미 조치를 취했다'는 이유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결국 감사원은 국회가 문제 제기한 사안 모두 결론을 내리지 않거나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국회에서는 야당이 감사원이 지난 정부에 대한 표적 감사와 현 정부에 대한 봐주기 감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실 관저 공사 의혹, 이진숙 방통위원장 논란 등에 대한 감사 요구를 의결해왔다.

그러나 이번 결과로 미뤄 이후 유사한 감사들 역시 소극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감사원 내부에서 국회 감사 요구가 너무 많다는 불만이 팽배한 데다 여권과 가까운 최 원장이 헌재의 판단으로 '표적 감사'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야권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야당은 헌재에서 최 원장이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지만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위법·위헌 행위가 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는 점을 의미 있게 보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도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원장에게 "죄들이 인정되는데 적극적인 의도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것 같지는 않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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