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안건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오 시장 후원자로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고 지목된 김한정씨 측근들이 서울시 산하기관에 채용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최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대표로 있는 사단법인 ‘공정과상생학교’ 이사들이 서울시 산하기관에 채용된 경위를 캐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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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대가 입증되면 ‘뇌물’ 가능성도
김한정씨가 이사로 있는 공정과상생학교 사단법인 등기. 양수민 기자 |
공정과상생학교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김씨를 비롯한 7명이 이사로 올라있다. 김씨 외엔 대표권이 없는 일반 이사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이거나, 오 시장 캠프에서 일했던 이들로 확인됐다. 문제는 7명 이사 중 김씨와 사망한 박모씨를 제외한 5명이 서울도시철도그린환경 사내이사, 서울의료원 비상임이사, 서울교통공사 위촉직이사 등 서울시 유관기관에 채용됐다는 점이다.
검찰은 김씨가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대가로 주변 인물들의 취업을 청탁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만약 대가관계가 입증되면 김씨와 오 시장을 둘러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별개로 김씨가 명태균씨 측에 전달한 수천만원 가량의 여론조사 비용이 오 시장에게 취업을 청탁하며 건넨 뇌물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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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 측 “공생학교 이사진, 김씨 측근 아니다”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 부시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에 참고인 및 고소인 자격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다만 복수의 오 시장 측근들은 “공정과상생학교 이사 대부분은 김씨의 측근이 아니고, 채용은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측근은 “공정과상생학교가 선거 때마다 오 시장을 도왔던 이들로 꾸려진 조직은 맞지만, 김씨보다 오래 오 시장을 도운 사람들도 있어 이들 전부를 ‘김씨의 사람’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11년 서울특별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부터 오 시장을 후원했다.
지난 10일 검찰 조사를 받은 강 전 부시장은 중앙일보에 “어떤 이사는 김씨와 완전한 대척점에 서 있다. 김씨 측근으로 비춰지는 것을 두고 ‘나는 김씨가 싫은데 왜 이런 말이 나오느냐’며 기분 나빠했을 정도”라고 했다.
또 다른 측근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후 오 시장 주변에선 ‘명태균씨와 명씨를 후원하는 김씨를 조심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김씨가 계속 명씨의 말이 옳다고 해 김씨를 견제할 수 있는 다른 인물들을 학교 이사진에 앉힌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체 7명 이사 중 절반 이상이 김씨를 견제하기 위한 세력이었단 해명이다. 강 전 부시장은 “이 사람들이 채용된 것이 어떻게 김씨에 대한 ‘보은적 채용’이 될 수 있느냐”며 “설사 어떤 기관에 추천이 됐더라도, 격에 맞지 않는 사람이 시의회(3명)와 서울시(2명), 해당 기관(2명)으로 구성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정상적으로 통과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모습. 연합뉴스 |
검찰은 공정과상생학교 이사진의 서울시 산하기관 채용 의혹을 둘러싼 관계자 진술을 정리한 뒤 오 시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오 시장의 주거지와 서울시청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튿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1일 “검찰에서 불러주면 언제든 (조사에) 응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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