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위원 4명, 지하수 유출과 지반침하 우려 표명
관리 소홀 지적에…서울시 "계측 결과 이상 없었다"
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대형 '땅 꺼짐(싱크홀)'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지목되는 가운데 사업 시행 전 환경영향평가 당시 '싱크홀 우려'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지난 2021년 6월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 9명 중 4명이 지하수 유출과 지반침하 등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 모습.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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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설상미·이윤경 기자] 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대형 '땅 꺼짐(싱크홀)'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지목되는 가운데 사업 시행 전 환경영향평가 당시 '싱크홀 우려'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공사 중 계측 결과 이상이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25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지난 2021년 6월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 9명 중 4명이 지하수 유출과 지반침하 등 우려를 표했다. A 위원은 "사업노선 2공구는 현재 운영 중인 지하철 5호선(고덕역)과 서울-세종 고속도로 공사구간이 인접돼 있어 공사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반침하 등 발생여부에 대한 안정성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에 따른 적정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B 위원은 "계획노선의 지하통과구간을 대상으로 공사 및 운영 시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하수위 저하와 지반침하 등 환경적 영향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C 위원도 "고속도로 병행시공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D 위원 역시 "지하터널 굴착에 따른 지하수 영향, 터널 폐수, 토사유출, 오수, 비점오염물질 등으로 인한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 예측 및 저감방안을 검토하고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강동구 대형 '땅 꺼짐(싱크홀)'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지목되는 가운데 사업 시행 전 환경영향평가 당시 '싱크홀 우려'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지난 2021년 6월 '도시철도 9호선 4단계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 9명 중 4명이 지하수 유출과 지반침하 등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 모습.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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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우려는 이듬해에도 계속됐다. 2022년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본 사업노선 전 구간은 지하로 계획돼 있어 본선, 환기구 및 정거장 개착공사, 터널 굴착 등 지하개발에 따라 사업노선 구간 및 주변에 위치하는 주거시설, 병원, 학교 등 인접 구조물에 지반침하와 같은 안정성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서울-세종 고속도로 공사현장이 근접돼 있어 흙막이 가시설과 터널 사이 필라부에 응력집중 발생에 따라 토압증가가 예상되며, 지하수 유입 및 주변 건물의 균열 및 단차 등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관리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학과 교수는 "싱크홀 사고가 났는데 계측기에 이상이 없었다는 건 계측 장비가 잘못됐다는 말"이라며 "계측에 문제가 없는데 사고가 발생했다면 공무원들이 관리를 잘못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로 지하수위 변동 등을 제대로 분석했으면 싱크홀 발생 가능성을 얼마든지 인지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도 "강관다단 공법으로 제대로 지반 보강을 안 한 것이고, 공법이 지질에 맞게끔 제대로 적용이 안 됐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볼 수 있다"라며 "계측기가 이상이 없었다면 설치 위치가 잘못됐다든지 뭔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9호선과 세종-서울 고속도로 병행시공을 두고 "(고속도로 공사로) 터널이 생기면 물길이 터널에 막혀 돌아간다. 그러면 물이 빨라지고 모여져 많아지게 되면서 힘은 더 세진다"며 "초속 1m를 가던 물이 2m가 되면 힘은 4배가 된다. 속도의 제곱은 그렇게 늘어난다. 그게 물리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날 싱크홀 원인 중 하나로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지하철 공사와 연관성이 있냐'는 질문에 "100% 배제하진 않고, 어느 정도는 고려하고 있다"며 "사고 발생했던 시점을 기준으로 현장에서는 터널 내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고가 지난 2014년 8월5일 발생한 석촌지하차도 싱크홀 사고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싱크홀 원인 역시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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