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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영화 '노 아더 랜드'의 팔레스타인 공동 감독 함단 발랄이 25일(현지 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자택에서 이스라엘군에 체포돼 연행되고 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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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주민의 가혹한 현실을 고발해 올해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상을 수상한 '노 아더 랜드'를 만든 팔레스타인 감독이 요르단강 서안지구 자택에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하고 이스라엘군에 끌려갔다.
2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서안지구 수시아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감독 함단 발랄의 집에 복면을 쓴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몰려와 그를 집단 폭행했다.
'노 아더 랜드' 제작자인 유발 아브라함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발랄이 한 무리의 이스라엘 정착민들로부터 폭행당해 머리와 복부에 피를 흘렸다"며 "이스라엘 군인들이 구급차로 난입해 발랄을 끌고 갔다. 이후 발랄에 대한 소식이 없다"고 밝혔다.
이 영화의 공동 감독인 바젤 아드라는 CNN에 "발랄의 연락을 받고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 밖에 있던 이스라엘 정착민들 일부가 돌을 던지고 있었다"며 "이스라엘 군인들은 총을 쏘며 사람들을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테러리스트가 이스라엘 시민에게 돌을 던져 차량을 파손한 뒤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 사이에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며 돌을 던진 팔레스타인인 3명과 폭력에 연루된 이스라엘인 1명을 조사하기 위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시민단체 '유대인 비폭력센터' 소속 미국인 활동가 5명도 이스라엘 정착민들로부터 공격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점령에 반대하는 이 단체는 이스라엘 정착민 수십명이 곤봉과 칼 등 무기를 휘둘렀고 소총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가 공개한 영상에는 복면을 쓴 사람이 차 앞 유리에 돌을 던지는 모습과 깨진 유리가 차 내부에 흩뿌려진 장면이 담겼다. 단체 활동가들은 이스라엘군이 사태를 목격하고도 아무 조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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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한 함단 발랄(왼쪽부터), 유발 아브라함, 바젤 아드라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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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 감독은 요르단강 서안에서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농부 출신 영화인이다. 발랄 감독과 아드라 감독이 공동 연출한 '노 아더 랜드'는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겪은 폭력과 추방을 기록한 영화로, 지난 2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이 작품에서 발랄은 이스라엘 정착민들로부터 집과 땅을 빼앗겠다는 위협에 시달렸던 자기 경험을 풀어냈다.
아드라 감독은 가디언에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거의 매일 이스라엘 정착민들로부터 물리적 공격을 받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아마도 영화와 아카데미상에 대한 복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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