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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日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日법원, 아베 살해범 모친 '고액 헌금' 논란 통일교에 해산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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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1월 일본 도쿄에 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일본 본부 건물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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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살해범의 ‘모친 고액 헌금’ 발언 이후 일본에서 논란에 휩싸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대해 일본 법원이 25일 해산 명령을 내렸다. 가정연합 측은 즉시 항고에 나설 뜻을 밝힌 상황이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가정연합은 일본에서 해산 명령을 받는 세 번째 종교단체가 된다.

도쿄지방법원은 이날 종교법인법에 근거해 가정연합의 해산을 명령했다. 가정연합의 기부 권유에 대한 민법상 불법 행위가 해산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일본 종교법인법은 법령을 위반해 현저하게 공공복지를 해칠 것으로 분명히 인정되는 행위나 종교단체 목적에 현저한 일탈 행위가 있으면 법원이 해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일본 문부과학성은 2023년 10월 법원에 가정연합에 대해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2022년 7월 아베 전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범행 동기를 밝힌 뒤 일본 내에서 고액 헌금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하자 관련 조사를 벌인 뒤 취한 조치였다. 법원은 지난해 2월부터 비공개로 신자나 교단에서 이탈한 사람 등을 불러 기부 경위와 실태 등을 청취했다. 지난 1월 문과성과 가정연합 양측 모두 최후 진술서를 서면으로 제출토록 해 심리를 종결했다.

문과성은 청구 당시 “교단(가정연합)은 1980년쯤부터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신자에게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제한을 가해 정상적인 판단이 방해되는 상태에서 헌금이나 물품 구매를 시켜 고액의 손해를 입히고 생활의 평온을 방해했다”며 “종교법인법에 따라 해산 명령에 해당하는 민법상 불법 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자들의 기부 권유에 대해 가정연합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민사 판결이 32건이며 피해액은 204억 엔(약 1991억), 관련 피해자가 약 155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다나카 도미히로 세계평화통일연합 일본교회 회장(왼쪽)이 지난 2023년 11월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액 헌금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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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가정연합 측은 애초 해산 요건의 법령 위반에 형사가 아닌 민법상 불법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해왔다. 실제로 일본에서 종교법인법 위반으로 해산 명령을 받은 사례는 지난 1995년 3월 도쿄 지하철역에서 사린가스 테러를 일으킨 옴진리교와 2002년 각종 사기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묘카쿠지(明覺寺) 등 두 곳뿐이다. 두 단체는 모두 교단 간부가 형사 사건에 연루돼 해산됐다. 요미우리신문은 “법원이 민법상 불법 행위를 근거로 종교단체에 해산 명령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해산이 확정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가정연합은 판결이 나온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판결에)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며 “즉시 항소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가 이뤄질 경우 해산 결정에 따른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향후 형이 확정돼 해산 명령이 실행되면 교단은 법인 자격을 잃어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이 경우 자산 소유 및 세금 우대 등 종교법인으로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임의단체 등으로 조직의 존속은 가능하다. 신자들의 종교 활동과는 무관한 셈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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