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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금)

현대차 '통큰 투자', 韓 관세 우대받나…트럼프 관세 변화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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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31조 투자 발표…美서 수직 계열화 완성

NYT "韓, 다른 나라보다 낮은 관세 적용받는데 도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투자 계획 발표 행사서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2025.03.25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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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4월 2일로 예고한 관세 부과 내용에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첫 제철소 건설을 포함한 3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5일 로이터 통신과 CBS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연간 270만 톤의 강철을 생산할 수 있는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자동차도 미국에서 생산하게 된다"며 "그 결과 관세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미국 조지아주에 완공된 신규 자동차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확대하는 한편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현대제철(004020) 제철소 건립하기로 했다. 또한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에너지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제철소를 건립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루이지애나주에 들어설 제철소는 저탄소 자동차 강판 생산에 특화된 전기로 제철소다. 이를 통해 한국산 수입에 의존했던 자동차용 강판을 미국 현지에서 조달하게 됐다.

또 2022년 착공한 HMGMA는 조만간 완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이를 기존 현대차(005380) 앨라배마 공장(2004년 완공·연간 36만 대 생산), 기아(000270) 조지아 공장(2010년·34만 대)과 합하면 현대차·기아는 연간 120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게 된다. 지난해 미국 판매량(170만 대)의 70%를 현지 생산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현대차그룹의 210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소개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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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 대신 상호 관세만 시행 '가닥'…NYT "현대차 대미투자, 韓 관세 예외에 도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모든 관세가 4월 2일에 발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많은 국가에 관세 유예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상호 관세"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자동차,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가 언제 발효될지는 결정되지 않았으며 "이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현대차가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약속함으로써 한국이 관세를 피하거나 적어도 다른 나라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 각국을 상대로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서 자국에 수입되는 자동차,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해선 최대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품목별 관세는 보류하고 상호 관세만 시행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 등은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부문별 관세 대신 해당국과의 무역 불균형과 관세율 차이 및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한 상호 관세만 시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상호 관세, 車관세 균등한 韓에 유리할 듯…'17배 차이' 韓美 車무역 불균형 부담

바뀐 기류에 따라 품목별 관세 대신 상호 관세만 시행될 경우 미국향 한국산 자동차는 무관세 혜택을 계속 받거나 주요 자동차 수출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 양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자동차 부문 상호 관세율이 0%로 공평하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역내 생산 자동차를 2.5%의 관세율로 미국에 수출하면서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선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산 자동차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일본은 자국산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2.5%의 관세를 내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관세로 간주하겠다고 밝힌 부가세 역시 한국이 10%로 주요국 대비 낮은 편이다. 유럽연합(EU) 내 부가세 과세표준은 16~27%에 이른다. 주요 국가별로 보면 △독일 19% △프랑스 20% △이탈리아 22% 등이다. 일본의 부가세는 한국과 동일한 10%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부가세가 없다며 상대국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부가세 부과를 사실상의 관세로 보고 향후 상호 관세에 반영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자동차 부문에서 그간 한국과 미국 간 무역 불균형이 커진 점은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율 확정 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143만 2713대로 2020년(82만 5071대) 대비 73.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대한국 자동차 수출량은 6만 7561대에서 4만 4296대로 34.4% 감소했다. 이를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 규모는 347억 달러(약 50조 4500억 원)에 달하지만, 미국산 자동차 수입 규모는 21억 달러(3조 500억 원)에 그쳤다. 약 17배 차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자동차기아 제공) 2025.1.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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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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