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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박보검 “관식은 불효자 아냐, 사랑받았기에 사랑도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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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박보검 인터뷰

배우 박보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1960~70년대 제주에 사는 양관식을 연기했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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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양관식(박보검)은 외롭고 고단한 오애순(아이유)의 삶에 가로등 같은 존재다. 애순 옆에 든든하게 버티고 선 관식은 애순이 가는 길을 밝게 비추며 함께 따라간다. 팍팍한 삶일지라도 애순만 있으면 된다는 그의 순애보는 짠하면서도 뭉클하다.

사실 캐릭터만 놓고 보면 관식은 완전한 판타지다. 시어머니 옆에서 탄 밥만 먹는 애순에게 자신의 보리콩(완두콩)을 덜어 준다거나, “애순이 이 집 며느리하려고 시집온 것 아니”라며 당당하게 할머니와 어머니에 맞서는 모습은 당시 가부장적인 분위기에서 상상하기 힘들다. 온라인에서 관식은 ‘유니콘과 같은 존재’로 불리며 2025년에도 ‘최고의 신랑감’이란 평가를 받는다.

박보검은 수영선수인 10대 양관식을 표현하기 위해 4kg 증량하고 어두운 파운데이션으로 햇빛에 그을린 분장을 했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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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순의 삶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낸 이 드라마에서 자칫 이질감이 들 수 있는 관식에 설득력을 부여한 건 박보검(32)이었다. 극 중 1960~70년대 관식을 연기하며 비교적 짧게 출연했으나, 분량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제주 바다 사나이로 나이 들어 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애순밖에 모르는 소년부터 삶의 무게를 짊어진 성실한 가장, 아들을 잃고 자책하는 아빠의 얼굴까지 폭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박보검은 tvN ‘응답하라 1988’ 최택을 넘어선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난 그는 “따뜻하고 웃음과 감동이 있는 작품에 합류할 수 있어 행복하다.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을 연기한다는 자체로 감사하다. 나 또한 관식을 연기하면서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기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처음으로 아빠 역할을 연기한 박보검은 "내가 가족에게 사랑받으며 느낀 감정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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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유니콘과 같은 관식을 연기하며 어떤 생각을 했나.

A : “대본을 읽으면서도 멋지다고 생각했고, 연기하면서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누군가를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큰 인물이라고 느꼈다. 언제나 애순이 옆에 있어 행복지수가 높을 것이다. 그렇지만 유니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딘가에는 이런 인물이 살아있을 것 같다. 모두가 관식처럼 내 사람을 챙기고 아끼는 마음이 있지 않나.”

Q : 닮고 싶은 점이 있다면.

A : “외유내강 면모를 닮고 싶다. 관식을 만나고 이상적인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좋은 사람이자 좋은 어른의 모습이길 바란다.”

Q : 어머니 입장에선 관식이 불효자일까.

A : “관식은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들이다. 집안의 기둥으로 조부모님과 부모님께 사랑을 충분히 받은 인물이라서, 애순에게도 그러한 사랑을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졌다. 불효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 나였더라도 아내 말을 따랐을 것 같다. 친분이 있는 가수 션 선배님이 ‘결혼할 때는 와이프 말을 잘 따라야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Q : 1960~70년대를 연기한 소감은.

A : “겪어보지 않은 시대와 인물, 상황들이 (대본의) 글만으로도 이해가 됐고 공감이 됐다. 글이 살아 숨쉰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 속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그 시대를 만들었다. 내 필모그래피에 이 작품이 남았다는 것에 감사하다. 임상춘 작가님이 글을 정말 잘 쓰셨다고 생각한다. 약자를 보호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참 멋지게 그리는 분이다. 임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같이 하고 싶다.”

박보검은 "군 전역 이후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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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배경이 제주라서 캐릭터 표현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A : “김원석 감독님이 애순과 관식의 출생지를 정리해서 보내주셨다. 어머니가 타지역 출신이라 제주어를 그렇게 많이 구사하진 않는 설정이다. 제주에 어려서부터 살았던 것을 고려해 어투에 제주 운율을 조금씩 차용했다. 또 대사가 별로 없고 행동으로 많이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내 나름대로 ‘운동선수이고 말을 많이 안 하니까 목소리 톤이 낮을 거다’라고 생각하고 표현했다. 체중도 4kg 정도 늘렸고 어두운 파운데이션을 써서 그을린 얼굴을 연출했다.”

Q : 아빠 역할에 도전한 이유는.

A : “군대에 다녀온 후 작품을 보는 눈이 이전보다 과감해졌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도전적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Q :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을 잘 표현했다는 반응이 있다.

A : “어떻게 하면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모습들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풋풋하면서도 내면은 성숙한 어른을 표현하고자 했다. 우리 가족이 주는 사랑을 떠올렸고, 촬영할 때 동행하는 아역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기억하면서 연기했다. 극 중 막내아들인 동명을 보내는 장면을 촬영할 땐 주변의 도움을 받았다. 비바람이 부는 흐린 날씨인데다가, 잠녀(해녀) 선배님들이 집중해서 연기를 도와주셔서 진짜 나의 이모, 할머니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감히 자식을 잃은 슬픔과 아픔을 이해할 수 없고, 표현할 수도 없겠지만 아빠 관식의 마음에 집중했다.”

박보검은 5월 JTBC 드라마 '굿보이'를 차기작으로 공개한다.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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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동갑내기 아이유와의 호흡은 어땠나.

A : “동갑과 연기하는 기회가 흔치 않아서 든든했고 즐거웠다. 가장 고마운 건 내가 홍보활동을 하자는대로 따라와줬다. 우리 드라마가 OTT(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에만 나가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TV로도 홍보하고자 KBS1 ‘가요무대’에 출연하자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홍보활동하면서 더 친해진 것 같다.”

Q : 이 작품으로 느낀 점은.

A : “주변에 더 많이 표현하고 사랑한다고 더 많이 이야기해야겠다. 내가 받았던 사랑을 잘 전하고 싶다. 이 드라마는 모든 인물들이 다 주인공이다. 작품을 보는 우리들한테도 ’잘 살아왔고 잘 견뎌냈다’고 말해주는 드라마라 좋았다.”

Q : 스스로에게 ‘폭싹 속았수다’(수고하셨습니다)라고 전한다면.

A : “미래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최근에 차기작인 JTBC ‘굿보이’(5월 방영 예정)를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다쳤다. 여러가지로 처음 겪는 일들이 참 많아서 ‘폭싹 속았수다’라고 말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관식과는 상반된 인물이니 기대해달라.”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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