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리창 중국 총리가 공화당 소속 스티브 데인스 미국 상원의원을 접견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
중국 총리가 트럼프 집권 2기 시작 뒤 처음으로 친트럼프 인사인 미국 상원의원을 접견해 양국 관계가 “중요한 전환점”에 있다며 미국에 솔직한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 쪽에선 대화가 이뤄지려면 중국 제조 펜타닐의 유입이 완전히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알려졌다.
2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오후 리창 총리가 공화당 소속 스티브 데인스 미국 상원의원(몬태나)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뒤 무역·관세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중국 최고위급 인사가 처음으로 미국 상원의원을 만났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데인스 의원은 1990년대 중국에서 피앤지(P&G) 임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고, 트럼프 1기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번 접견엔 페덱스, 퀄컴, 화이자, 카길, 7개 기업 경영진이 배석했다. 데인스 의원과 미국 기업인들은 이날 개막한 중국발전고위급포럼 참석을 명목으로 중국을 찾았다.
리창 총리는 이번 만남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고 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2, 3월 두차례 10%씩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을 두고 “어떤 발전도 관세 부과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 상황은 협력 범위를 확대하면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선 솔직한 소통이 필요하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메시지 전달자를 자처하는 데인스 의원은 ‘펜타닐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그는 리창 총리를 접견한 뒤 데인스 의원이 “펜타닐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관세 비관세 장벽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그는 중국에 펜타닐 유입의 중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면서 “중국이 이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미-중 정상회담이 상반기에 열린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졌지만, 데인스 의원은 “아직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양쪽 모두 고위급 회동을 바라고 있다”며 올해 안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시 주석이 “멀지 않은 미래”에 방미할 것이라고 말하며 정상회담 뜻을 비쳤으나, 중국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공유할 정보 가 없다”고 밝혔다.
이날 배석한 기업인에는 농축산물 유통 기업인 카길의 브라이언 사이크스 최고경영자가 포함됐다. 미-중 관세 전쟁으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700여종이 넘는 미국산 농축수산물에 10~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관련 미국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같은 날 저녁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마스터카드, 화이자, 카길 등 미국 기업 경영진은 중국 경제 분야 실세로 알려진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면담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