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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뉴스 속 경제] 3조 6천억 최대 증자‥'그룹 주가' 동반 하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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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뉴스 속 경제' 시간입니다.

지난주 한 대기업 계열사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룹 주가가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는데요.

경제 전문 기자인 이성일 기자에게 무슨 내용인지 들어보겠습니다.

방위산업체,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이야기죠?

유상 증자하는 이유는 그만큼 투자할 곳이 많다는 뜻이죠?

◀ 기자 ▶

한화 에어로스페이스는 자주포, 항공기 엔진 같은 군수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3조 6천억 원 자본금을 늘리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회사 주식을 더 발행하고 그만큼 투자금을 받겠다는 얘기입니다.

회사는 "지금 한 단계 더 도약하지 않고 기회를 놓치면, 뒤로 밀려버린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증자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방위산업은 신냉전으로 불리는 국제 정세 변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전에 없던 확장기를 맞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주요 우방국가에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수요가 늘어날 상황이라 경쟁업체들도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회사도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무기 생산 산업, 해외 조선소, 무인기용 엔진 개발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시장 반응은 아주 차가웠죠?

◀ 기자 ▶

발표 당일, 회사 주가는 13% 떨어졌습니다.

지난 금요일장 한때 유상증자 가격인 60만 5천 원 선 근처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신주 발행가액 이하로 주가가 내려가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자에 응할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에,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될 수 있습니다.

주가가 위험한 수준까지 내린 것입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한화그룹 주요 기업 주가가 모두 약세를 보였습니다.

그룹 지주사격인 주식회사 한화는 10% 가까운 낙폭을 보였습니다.

◀ 앵커 ▶

이렇게 그룹 전체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었나요?

◀ 기자 ▶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인데요.

회사의 선택이 회사나 주주에게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한 의구심 때문입니다.

'3조 6천억 원'은 유상증자 규모로는 우리 시장 사상 최대 규모인데요.

이례적 규모지만, 30조 원에 이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무리한 수준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 해 2조 원 가까운 이익을 낸 회사가 기존 주주들에게 돈을 끌어오는 방식이어야 했는지, 당장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지, 여러 의문을 제기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열흘 전, 다른 계열사와 '한화오션' 지분을 사 오며 1조 원 넘는 현금을 내준 거래에 주목받게 됐습니다.

지분을 판 계열사들이 때마침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다 보니, 사업에서 번 돈은 대주주가 쓰도록 내주고, 정작 사업 확장에 필요한 돈은 다른 주주들에게 손을 벌린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됩니다.

그룹 전반 주가가 영향을 받은 데에는, 경영진 결정이 회사나 다른 투자자들 외면하고, 대주주 이익을 위해 내린 것이라는 의구심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 앵커 ▶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의심이 나오고 있는 거네요.

그동안 대주주 일가를 위한 인수·합병·증자가 많이 일어났기 때문인 거잖아요?

◀ 기자 ▶

계열사들을 이리저리 합병 분사하고, 유망한 계열사를 따로 떼어 낼 때, 회사나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는 대주주 지배력 유지가 목적인 경우를 자주 봐 왔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주주가치 훼손 사례로 의심을 하는 것입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도 적절한 방법인지 논란거리로 남아있지만,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는 방법의 하나로 제안된 것입니다.

반면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며, 사태의 근본에 비현실적 상속세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떤 입장이든, 우리 기업 주가가 낮게 평가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큰 틀에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 앵커 ▶

이성일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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