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의성, 울주, 김해 등 경상도 지역에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지속되고 있는 23일 오전 경북 의성군 안평면 일대 산불 현장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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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새 산청·의성 등에서 크게 번진 대형 산불은 22일 하루 전국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한 29건의 산불 가운데 일부다. 고온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등 산불 위험이 전국적으로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지형 조건 등 여러 영향들이 겹쳐 영남 지역의 산불 피해가 특히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전날부터 진화작업이 이어지던 경남 산청 산불을 포함해 22일 하루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이 모두 29건이라고 23일 밝혔다. 이는 지난 10년 새 세번째로 많은 것으로, 가장 많았던 건 충남 홍성, 대전 등 35곳에서 산불이 나 11곳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던 2023년 4월2일이었다.
기본적으론 ‘남고북저’ 기압 배치로 인해 높아진 기온과 강하게 부는 서풍, 건조했던 대기 등이 산불 확산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봄철에는 남쪽 고기압이 시계 방향으로, 북쪽 저기압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한반도에 강한 서풍이 불어온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한겨레에 “이 바람이 산을 넘고 경상도·강원도 쪽으로 들어갈 때 더욱 건조해진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은 특히 강수량이 적어 전국이 바짝 마른 상태였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1일 “폭설이 내렸던 강원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누적 강수량이 10㎜ 미만”이라며, 이날부터 강원 동해안과 남·서해안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산불위험지수를 ‘높음’으로 알린 바 있다.
실제로 산불 발생 당시 영남 내륙 곳곳엔 건조주의보가, 강원 영동과 경북 북동부엔 강풍주의보가 발령됐었다. 최저습도는 21일 산청 14%, 22일 의성 17%로 바싹 메마른 상태였고, 낮 최고기온도 21일 산청 22.1도, 22일 의성 25.2도로 초여름 날씨처럼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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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가파른 산세 등 지형 조건도 산불을 키웠다. 권춘근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연구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사가 가파르고 바람이 셀수록 산불 확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산청과 의성은 산 경사가 25~30도이고 당시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10m 이상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 최대 순간풍속은 21일 산청 지역 초속 17.1m, 22일 의성 지역 초속 17.9m였다. 또 이 지역들이 다른 지역에 견줘 높은 산들로 연결되어 산세가 험하다는 점도 짚었다. “순간적인 돌풍이 불고 수시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산불이 예상치 못하게 진행됐고, 초동 진화를 위한 자원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역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5월 낸 ‘대형산불의 증가, 진단과 과제’ 제목의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대형산불은 4월의 강원도’라는 공식이 깨졌다고 짚었다. 예전엔 건조한 봄철 강원 영동지역에 부는 ‘양간지풍’이 대표적인 대형산불 요인이었으나, 기후변화의 결과인 겨울철 이상고온과 가뭄의 영향으로 “대형산불은 전국화되는 추세”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산불의 원인은 대부분 입산자 실화 등 인위적인 요인으로, 기후변화 자체가 산불을 일으키진 않지만 초목을 건조하게 해 불이 쉽게 붙을 수 있는 요건과 대형화로 확대될 환경을 조성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전까지 대형산불은 주로 3~4월 강원·경북 동해안에서 일어났으나, 2021년 2월에는 경북, 2022년 2~5월에는 강원·경남·경북·충남, 2023년 3~4월에는 강원·경남·경북·전남·충남 등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는 추세다.
권 연구사는 “기후변화로 인해 높아진 해수면 온도가 (기후의 불확실성을 높여) 과거보다 훨씬 더 산불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23일에도 충북 옥천, 경북 경산·경주, 경남 함양 등에 산불이 발생하는 등 산불 위험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 우진규 통보관은 “강한 바람과 고온, 대기 건조 등의 상황은 24일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며, “그 이후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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