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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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아직 완결되지 못한 내란 사건 수사가 암초에 부딪히리란 전망이 나온다. 12·3 내란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사이 소통이 이뤄진 비화폰 서버 기록 확보 가능성이 한층 낮아진데다, 영장 심사 과정에서 검찰의 빈약한 수사 의지도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특검을 통한 내란 수사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준서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들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이들은 지난 1월 법원이 발부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특수공무집행방해)하고, 비화폰 데이터 삭제를 지시(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내란사태 이후 4개월째 수사기관의 비화폰 서버 확보를 막았던 김 차장이 구속되면 수사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에 대해 피의자가 다퉈볼 여지가 있고, 지금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두 사람에 대해선 당분간 불구속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김 차장의 ‘보복’을 두려워해 경호처 다른 직원의 수사 협조까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경찰 내부에서도 나온다.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정급 경찰은 23일 “김 차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경호처 내부 직원들은 거의 압살당할 것”이라며 “다른 죄를 확인하지 않는 한, 비화폰 관련 수사는 완전히 물 건너간 셈”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신청한 김 차장 구속영장에는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한 간부를 ‘내부 정보 유출’을 이유로 해임하는 등의 보복 정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빈약한 수사 의지도 영장 심사 과정에서 재확인됐다. 앞서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세 차례 거부했던 서울서부지검은 영장실질심사에 검사를 참여시키지 않았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의 영장실질심사에 검사가 통상적으로 참석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현재처럼 검찰의 의지가 없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김 차장 사건이 송치되고 기소되는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는 걱정이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내란 수사에서 비화폰 서버 확보가 지닌 중요성 때문에 경찰과 국회가 적극적으로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12월3일 비상계엄에 한해, 책임자가 승낙을 거부해도 대통령실 비화폰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가능하도록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제111조 특례를 정하는 특별법 입법에 나서야 한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호처에 압수수색 협조 지시를 내릴 수 있게 국회와 시민들이 요구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통해 내란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영장 기각 뒤 성명을 내어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김성훈에 대한 신속한 보강조사로 영장 재청구는 물론 대통령 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신속히 이어가야 한다”며 “국회가 나서서 내란 특검법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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