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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5 (화)

신랑 대신 강아지와 함께 드레스 입는 韓 여성들…'비혼식' 주목한 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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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구조 바꾸지 않으면 사회 무너져" 지적

최근 국내에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겠다며 '비혼식'을 하는 문화가 확산한 가운데, 외신도 이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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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결혼에 반대하는 한국 독신 여성들 사이에서 '비혼식'이 시작되고 있다고 보도하며 그 배경에 주목했다.

SCMP는 서울의 한 사진관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랑 대신 반려견과 함께 사진을 찍은 강모씨(30)의 사례를 전했다. 강씨는 "드레스를 입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을 위해 행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객 40명을 초대해 자신을 위한 '비혼식'을 가진 직장인 정모씨(32)의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회색 정장을 입고 하객들 앞에서 "저는 평생 저 자신을 사랑하겠다고 맹세합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결혼식의 축하 분위기는 원했지만, 결혼 자체는 원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정씨는 비혼의 배경으로 한국 사회의 가족 중심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여성들이 결혼과 동시에 경력 단절과 육아·가사의 책임이 뒤따르는 현실을 비판하며 "결혼은 원치 않는 옵션이 너무 많은 패키지여행 같다"라고 비유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한국의 30대 가운데 51%가 미혼이다. 이는 2000년과 비교하면 약 4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서울에서는 30대 60% 이상이 미혼이다.

비혼주의자들이 결혼을 주저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은 경제적 부담이다. 한국에서는 결혼과 동시에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집값 상승으로 많은 신혼부부가 빚과 함께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게 현실이다. SCMP는 한국에서 결혼을 하는데 필요한 돈이 평균 3억원에 달한다고도 전했다.

젊은층이 결혼을 주저하면서 출산율 역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 2024년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 이하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신생아 수는 지난해보다 7.7% 감소한 23만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SCMP는 일부 기업이 결혼한 직원에게만 지급하던 결혼 축의금 대신 '비혼 수당'을 신설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하지만 변화가 시작됐는데도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 압박과 시선은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SCMP는 "한국이 현재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사회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 EBS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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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평생을 여성과 노동, 계급 문제 연구에 헌신한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법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JT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 "큰 전염병이나 전쟁 없이 이렇게 낮은 출산율은 처음 본다"며 "숫자가 국가비상사태라고 말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일터에 있는 것이 이상적인 근로자로 설계된 직장 문화와 아이를 돌볼 어른을 필요로 하는 가족 시스템은 함께 갈 수 없다"며 "한국이 젊은 여성들을 훈련하면서 엄마가 된 뒤 노동시장에서 밀어내버리면 경제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비정규직이 된 당신의 경력도 끝나고, 나라 경제도 끝난다"고 비판했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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