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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위기'라더니…오너들은 성과급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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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유통업계 오너 지난해 보수
업황 악화에도 수십억~백억대 급여 수령
직원엔 위기 말하지만 자기 밥그릇은 챙겨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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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위기, 불황

지난 2024년은 유통업계에게 참 힘든 한 해였습니다. 강달러로 고물가와 불황이 전년에 이어 2024년 내내 이어졌습니다. 알리와 테무로 대표되는 중국발 C커머스의 공습도 매서웠습니다. 이커머스에선 쿠팡이, 오프라인에선 다이소가 시장을 휩쓸며 나머지 기업들은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야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말엔 예상치 못한 계엄령 선포와 뒤이은 탄핵 이슈로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그로부터 3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탄핵 여부가 결정나지 않으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마음 속엔 한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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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주요 유통 그룹 오너들도 일제히 "위기"를 말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강도 높은 쇄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가장 먼저 "재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마도 롯데그룹이 사상 최악의 재무 건전성 위기에 빠졌기 때문일 겁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역시 "고물가와 불경기 등으로 시장상황이 나쁘다"며 "책임 회피·온정주의 같은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는 병폐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도 비슷한 톤의 신년사를 내놨었습니다. 위기는 위기란 이야기입니다.

위기 안 느껴지는 연봉

그런데, 이런 위기의식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각 그룹 오너들의 월급통장입니다. 모든 기업들이 위기라고 외치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긴축 경영을 하고 있지만 오너들의 연봉과 상여금은 줄어들 줄 모릅니다.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백수십억을 받아갑니다. 한 번 볼까요.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지주사(CJ㈜)에서만 약 156억원, CJ제일제당에서만 37억원 이상을 수령했습니다. 이 중 112억원을 상여로 받아갔는데요. 단기 인센티브가 약 46억, 3개년 장기 인센티브가 약 67억원이었습니다.

손경식 회장은 신년사에서 "2024년엔 내수 소비 부진이 지속되며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우리 그룹도 단기적 대응에 치중하다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는데, 이 회장의 생각은 달랐나 봅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제공=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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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도 만만치 않은 금액을 수령했습니다. 롯데지주에서 약 60억원, 롯데케미칼에서 38억원, 롯데칠성음료에서 35억원, 롯데웰푸드에서 26억원, 롯데쇼핑에서 20억원을 받아 총 178억원을 챙겼습니다.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은 아직 지난해 임원 보수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전년 수준의 급여만 받아도 최소 30억원을 더 챙깁니다.

신 회장 역시 급여에서만큼은 '위기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롯데지주에서는 상여로 22억원을 받아갔고요. 롯데쇼핑에서도 정준호 대표의 3배가 넘는 2억4000만원을 성과급으로 챙겼습니다. 그룹 위기의 시발점이 된 롯데케미칼에서도 전년과 같은 38억원을 수령했습니다. 강도 높은 쇄신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오른쪽) 신세계그룹 회장./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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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신세계그룹은 오너일가가 자진해서 연봉을 삭감하며 위기에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 등 1세대 오너들은 올해 성과급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두 오너가 성과급을 받지 않으면서 20억원 넘는 금액을 아낄 수 있었죠.

다만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감소폭이 확연히 작았습니다.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 모두 상여를 전년 대비 9000만원 덜 받았지만 급여는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총 36억원을 수령했습니다. 전년 대비로 따지면 2.4% 정도 수령액이 줄었습니다. 상여를 아예 받지 않은 부모님과는 조금 다른 행보입니다.

성과를 보여줘

물론 오너 일가는 무급 봉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오너 일가도 일을 했으면 정당하게 급여를 받아야죠. 회사가 힘들다고 무조건 직원들의 월급을 줄이는 건 아닌 만큼 실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오너 일가가 급여를 덜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하지만 오너 일가와 일반 직원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 달라야 한다는 건 대부분 동의하실 겁니다.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들은 대부분 일반 직원들이 평생 벌어야 할 수십억원 이상의 금액을 매해 받아갑니다. 그만큼 져야 하는 책임도 큽니다. 업황이 좋지 않고 실적이 부진해도 '성과'급 명목으로 수십억원을 챙겨간다면 '함께 노력하자'는 구호는 허망해집니다.

정용진(왼쪽) 회장과 정유경(오른쪽) 회장./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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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는 이재현 회장에게 37억원을 상여금으로 지급한 이유를 '단·장기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 회사의 핵심역량을 구축. 회사의 사업 경쟁력 확보'라고 설명했습니다.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의 상여 21억7000만원에 대해 '회사의 경영 성과와 리더십, 윤리경영, 기타 회사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참고하였음. 특히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신성장 영역 발굴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기여한 점을 고려하여 산출함'이라고 밝혔죠.

회사원들도 성과급을 받기 전 인사평가를 거칩니다. 자신이 1년간 한 일들에 대한 성과를 조목조목 따져 적어넣어야 합니다. 인사평가자들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섞어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줄을 세워 등급을 매깁니다. 회장님들의 성과도 이렇게 매겨본다면, 과연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만한 평가가 나올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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