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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시장에 관심 많으신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회의인 'GTC 2025'가 큰 화제였습니다.
그 중에서 저의 이목을 끈 것은 단연 소캠(SOCAMM)이라는 메모리 모듈입니다. 지난달 독자분들께 처음으로 소개해드렸던 이 모듈이 세상으로 나온 걸 보는 순간 머리에 도파민이 쫙 돌았거든요.
오늘은 이번 주 GTC 행사에 직접 다녀온 서울경제신문의 실리콘밸리 특파원 윤민혁 기자가 한국으로 보낸 사진들로 소캠의 실물과 현황을 소개해드리면서 그와 관련된 다양한 소식을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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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LPDDR D램은 모듈 형태가 많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IT 기기에 갖다 붙이는 '온보드' 방식으로 부착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노트북 PC 쪽에서는 LPCAMM이라는 모듈이 뜨기 시작했지만, 서버 쪽에서는 대부분 온보드 방식을 활용하죠. 이 방식은 비용이 많이 들고, 차세대 고용량·고효율 D램이 등장할 경우라면 보드를 아예 다 뜯어서 교체해야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치명적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달 기사를 통해 소캠이 주로 엔비디아의 AI PC용으로 쓰일 것이라고 썼는데요. 이번 GTC에서 메모리 회사들의 발표를 보니 그렇지는 않습니다. 온전히 엔비디아의 AI 데이터센터 서버용으로만 소개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용도를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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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서버인 GB200을 보면요. 블랙웰 GPU와 결합하는 그레이스 CPU 양쪽에 16개 LPDDR D램이 장착됐습니다. 이 D램은 원래 온보드 방식으로 연결했습니다. 그러나 차기작인 GB300부터는 4개 LPDDR로 이뤄진 소캠 모듈 4개를 결합합니다. 엔비디아는 고객사의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고려해 소캠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나날이 부담스러워지는 데이터 크기, 칩 비용과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전력인 LPDDR D램의 효용을 더욱 높인 셈이죠. 속도·면적·전력효율성 세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젠슨 황 CEO의 욕망이 소캠에 반영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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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이 GTC 2025에서 공개한 전시용 모델을 보시면 바로 이해되실 겁니다. 오른쪽 사진은 GB300 데모 제품이라고 하는데요. 그레이스 CPU로 추정되는 네모난 칩 바로 옆에 네 개의 소캠 모듈이 일정하게 배열돼 있습니다. 온보드 방식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LPCAMM 모듈보다 면적이 더 작고, 탈부착까지 가능하니까 서버를 더 오랫동안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거죠. 모듈의 데이터 이동 통로(I/O) 수는 694개로 알려졌죠. 칩당 64개의 데이터 핀이 있는 LPDDR5 D램 4개가 온보드로 결합했을 때보다 속도가 더 나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독자님들이 기존 기사로 보기 힘들었던 또다른 소식은 삼성전자의 소캠 공개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번 GTC 참가에 대한 보도자료를 공식적으로 배포하지 않았지만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부스를 방문해 GDDR7 D램 위에 '최고(Rocks)!'라는 사인을 남겨 화제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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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부스에서 공개한 스펙을 보면요. 모듈의 소비전력은 9.2와트입니다. 범용 D램인 DDR5 D램 메모리모듈(DIMM)보다 전력 효율이 45% 이상 좋다고 소개한 것이 눈에 띕니다. 삼성의 LPDDR5X D램을 써서 엔비디아 GB300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다는 내용도 소개했습니다. "서버용 모듈(RDIMM) 성능은 유지하면서 LPCAMM2보다 공간 효율성을 확보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GTC에 참가한 메모리 3사 중 가장 먼저 소캠 전시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회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AI 서버용 메모리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캠도 함께 전시해 선도적인 AI 메모리 기술력을 선보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펙은 엔비디아가 정한 표준이기에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소캠의 세가지 키워드 : 와이어 본딩·AI PC·마이크론
우선 소캠은 '제 2의 HBM'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HBM과 같은 특성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엔비디아가 이끌고 있는 표준이기에 전도유망하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제조 방식은 다릅니다. 우선 HBM처럼 각 칩에 수직 구멍을 뚫어 연결하는 TSV(실리콘관통전극) 공정을 쓰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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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사의 스펙을 보면 소캠 한 개 모듈의 용량은 128GB입니다. 모듈 속 칩 당 용량은 32GB이고, 이는 256Gb니까 16Gb LPDDR5X 칩을 16개를 패키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이걸 TSV로 뚫어서 연결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듭니다. 업계에 파악해본 내용도 TSV가 아닌 구형 방식인 '와이어 본딩'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속도도 HBM만큼 빠르지는 않습니다. 소캠의 대역폭은 120GB/s. 물론 전통적인 서버용 D램보다 정보 이동 통로 수가 늘어나면서 속도가 2.5배 정도 증가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HBM3E 한 개의 대역폭인 1.2TB/s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TSV로 1000개 이상 수직 구멍을 뚫은 HBM과는 속도 차이가 많이 날 수밖에 없죠.
다만 소캠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목할 만 합니다. 엔비디아의 최첨단 서버 판매량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GB300부터 4개의 소캠 채용이 시작된다면 블랙웰 이후 제품인 루빈, 파인만 GPU로 만든 서버에도 소캠이 채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소캠의 가장 큰 특징은 탈부착이죠. 기존 서버에 들어갔던 소캠을 유지·보수하는 스페어 제품도 불티나게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캠은 엔비디아 서버 뿐만 아니라 PC용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여전히 큽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AI PC인 '디지츠(Digits)'를 공개했죠. 디지츠 차기 제품에 소캠이 채용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AI 서버용 시장이 확실하게 크죠. 그러나 향후 서버 뿐 아니라 AI PC 시장에서도 엔비디아가 메가 히트를 친다면 소캠 역시 데이터센터-PC(엣지)로 이어지는 매출 대박 행진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서버와 PC를 넘나드는 마치 오타니 쇼헤이같은 ‘이도류’의 표준이라, 서버에 한정된 HBM을 뛰어넘는 광범위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업계에서는 젠슨 황 CEO가 5월 대만에서 열리는 '컴퓨텍스 2025' 전시회에서 디지츠에 관한 세부적인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사 중에서 소캠 강자는 누구일까에 관한 이슈인데요. 현재 스코어를 취합해보면 마이크론의 강세에 힘이 실립니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전체 소캠 물량의 50% 정도는 마이크론에 주문하고, 나머지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마이크론의 자신감도 어마어마합니다. 이 회사는 20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의 올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우리는 엔비디아와 오랜 기간 긴밀하게 협력해서 개발한 소캠 대량 생산을 업계에서 최초로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앞으로 마이크론이 소캠 시장에서 D램 업계 1위 삼성전자, HBM 강자 SK하이닉스를 꺾고 AI 시장의 또 다른 ‘핫템’을 선점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번주 하이엔드 테크는 여기까지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봄날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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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령 기자 hr@sedaily.com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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