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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 (일)

[주말판] "월급보다 조회수?" 유튜브에 올인하는 부업 사회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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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마다 우리 사회에는 독특한 현상이 반복되어 왔다. "회사 그만두고 농사나 짓자", "장사나 해볼까"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널리 퍼지던 과거처럼, 오늘날에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볼까"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안과 생존 전략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부업 인구의 역사적 증가

현재 대한민국의 부업 인구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본업 외에 추가 수입원을 찾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현상은 경제적 압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10년대 초반 블로그가 부업의 대표적 수단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유튜브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성장과 함께 유튜브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국민 부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접근성과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성공 사례들이 주목받으면서, 많은 이들이 유튜브 채널 운영에 뛰어들고 있다.

취업 한파가 몰고 온 부업 열풍

취업 시장의 어려움은 부업 열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채용 공고는 줄어들고 경쟁은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규직 취업이 어려워지자 투잡, 쓰리잡으로 수입을 분산하는 전략을 취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MZ세대에게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은 고용 불안정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하나의 직업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하는 '포트폴리오 커리어'를 추구한다. 유튜브는 이러한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생존 전략

부업으로서 유튜브의 매력은 다양한 수익 모델에 있다. 광고 수익, 후원, 브랜드 협찬, 굿즈 판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또한 전문성이나 특별한 기술 없이도 일상을 담는 브이로그, 먹방, 리뷰 등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장르가 존재한다는 점도 진입 장벽을 낮추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고용 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부업 수입을 얻고자 하지만, 실제로 의미 있는 수익을 올리는 비율은 매우 낮다. 이는 블로그 붐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희망과 현실 사이의 괴리

일부 인기 유튜버의 거액 수입이 알려지면서 유튜버는 지난해 초등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되었다. 교육부가 초·중·고교 1200곳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튜버(1인 미디어 창작자)'는 초등학생 희망 직업 순위에서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실은 화려한 겉모습과 판이하게 다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미디어 창작자의 연간 평균 수입은 2900만원이며, 특히 하위 50%는 1년에 고작 30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절반이 넘는 창작자가 사실상 한 달에 3만원도 벌지 못하는 셈이다. 더구나 이 수치는 소득이 있다고 국세청에 신고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상은 더욱 열악할 것이다.

국내 창작자의 정확한 숫자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미국 소프트웨어 업체 어도비의 '2022년 크리에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는 무려 175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대다수는 세금 신고를 할 정도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거나 아예 수익이 없는 상황임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창작자의 길을 선망하는 이유는 소수 상위 크리에이터들의 성공 사례 때문이다. 2022년 창작자 수입 상위 1%인 393명의 1인당 평균 수입은 8억 4800만원으로, 3년 전(6억 7100만원)보다 26.4%나 증가했다. 이러한 큰 수익을 얻기 위해 창작자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다. 한 유명 유튜버는 "자극적인 내용을 올리면 이용자 수와 수입 증가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며 "이 때문에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 제작에 내몰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창작자가 늘어날수록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의 수익도 증가한다. 유튜브는 광고 수익의 45%, 쇼츠 광고 수익의 55%, 시청자가 유튜버에게 주는 후원금인 '수퍼챗'에서도 3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플랫폼과 소수 인기 창작자만이 승자가 되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의 인구 대비 창작자 수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많다는 사실이다. 어도비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 비율은 34%로, 미국(26%), 영국(25%), 일본(15%)보다 훨씬 높다. 한국인 세 명 중 한 명은 유튜브, 아프리카TV, 틱톡 등에 콘텐츠를 올린 경험이 있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압박과 극심한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부업 문화의 사회적 의미

부업 열풍은 단순한 경제적 현상을 넘어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본업에 충실하지 않다'는 부정적 시선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부업을 통한 자기 계발과 위험 분산이 현명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특히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창작은 자신의 전문성을 널리 알리고 브랜딩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블로그 시대에 이어 유튜브 시대로 이어지는 부업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안정성과 생존 전략의 진화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변화하는 경제 환경에 적응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집단적 대응이다.

미래를 위한 균형 잡힌 시각

유튜브를 통한 부업이 모든 사람에게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소수의 성공 사례가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현실적인 기대치가 왜곡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업 문화의 확산은 일과 삶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 안전망의 강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부업이 생존을 위한 필수가 아닌, 자발적 선택이 될 수 있는 경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과제일 것이다. 유튜브 열풍은 우리 사회의 경제적 도전과 적응을 보여주는 거울이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성찰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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