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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토허제 4구’ 묶은지 하루만에…2억 내린 급매물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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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전세 끼고 사는 사람이 절대다수인 동네인데 다 끝난 거죠. 부동산도 장사 안 될 게 뻔해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되지도 않을 걸 해서.”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얘기다. 인근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끼고 시세보다 5000만원 내린 매물이 있었는데 집주인이 가격을 더 내려도 좋으니 이번 주 안에 꼭 팔아달라고 읍소를 하더라”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확대 지정한 지 하루 만에 해당 지역은 발칵 뒤집혔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중개업소 대표는 “당장 거래가 끊길 게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에는 벌써 1억~2억원 낮춘 급매가 나왔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토허제 4구’에 쌓인 아파트 매물은 20일 기준 2만5000가구에 육박한다. 강남구가 8463가구로 가장 많고, 서초구는 7447가구다. 송파구와 용산구는 각각 6808가구, 1928가구가 매물로 나와 있다.

토허제 4구는 전세를 낀 ‘갭투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토교통부가 강남 3구의 ‘임대차계약 승계비율’을 조사한 결과, 올해 2월 기준 갭투자 비율은 43.6%였다. 서울 전체 평균(37.5%)을 웃돈다. 지난해 1~7월 기준으로 용산구의 갭투자 비율은 66.5%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다.

토허제 때문에 24일부터 이들 지역에선 전세를 낀 아파트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매물이 잠기게 되면 단기간에 임차 비용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내년 입주 물량 감소, 상급지 수요, 전세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집값을 끌어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부동산 시장 불안을 키웠다. 지난 1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모든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집값 상승 요인을 차단하겠다”고 했지만, 6개월 전만 해도 정반대 발언을 했다. 지난해 9월 30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어떻게든 서울 지역의 집값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자, 최 대행이 “특정 지역의 집값을 잡는 것이 정부 주택정책의 목표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같은 달 25일 최 대행은 관훈토론회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주택정책 목표는 집값을 잡는 게 아니라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며 “과거처럼 집값을 쫓아다니며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주택시장 정책을 28번 쏟아내다 실패했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했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주택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야·정이 힘을 합쳐 중장기 관점의 정책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허제 재지정 직전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계속 상승 폭을 키워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25% 상승했다. 이달 17일 기준 집계된 것으로 전날 토허제 확대 지정 효과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토허제 해제 이후인 2월 셋째 주부터 이달 둘째 주까지 상승 폭은 0.06→0.11→0.14→0.20%로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김태윤·이현·김민중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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