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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르포]'계란 테러'에 "이재명 XXX"…'탄핵지옥'에 갇힌 헌재 앞 상인들[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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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3개월째 이어지면서, 헌법재판소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북촌로 일대에 탄핵 찬반 집회가 끝없이 지속되고 있다. 욕설과 고성 등 혼란으로 뒤덮여버린 안국역 일대. 예상보다 늦어지는 선고 기일에 상인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안국역 2번 출구 앞 헌법재판소 바로 건너편에 모여있는 탄핵 반대 시위대. 이들은 연신 "탄핵각하"를 외치면서 응원나팔을 불었다. 최보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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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 핵 각 하! 탄 핵 각 하!"

5초 간격으로 이 네글자가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탄핵지옥'의 대혼돈이다.

고즈넉하던 북촌한옥마을로 향하던 길이 이젠 소음과 혼란으로 뒤덮였다. 경기장에서나 들을 법한 응원나팔 소리, 거리 곳곳을 가로막은 샛노란 이동형 울타리. 평온했던 길이 사라지고, 헌법재판소(헌재) 앞은 들끓는 시위장으로 변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3개월째. 이 일대의 탄핵 찬반 집회도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예상보다 늦어지는 선고 기일에 주변 상인의 속은 바싹 타들어간다. 헌법재판관들의 숙고가 길어지고 시위대의 고성이 높아질수록, 매출은 바닥을 치는 분위기다.

매출 급전직하…직격탄 맞은 헌재 앞 상인들

통제 탓에 한산해진 안국역 거리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일 안국역에서 만난 상인들은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보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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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만난 상인들은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탄핵 반대 집회가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는 헌법재판소 맞은편. 약 100m 거리에 있는 한 카페 직원 A씨(20대)는 "집회 초반에는 아예 통행을 못하게 막아서 손님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배달 기사님들도 겨우 들어오셔야 했다"면서 씁쓸해했다. 이어 "요즘에는 통행은 많이 풀려 오고가는 손님이 좀 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매출이 20% 정도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직원 B씨(60대)는 "매출이 평소의 3분의 1도 안된다"면서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고즈넉한 북촌한옥마을로 향하던 길이 소음과 혼란으로 뒤덮이고 곳곳에 샛노란 이동형 울타리(질서 유지선)로 통제되어 있다. 최보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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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건너편 도로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경찰 통제선 안에 묶여버린 한복 대여점은 현장 손님이 일절 끊겼다.

가게 직원 C씨(40대)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 매출이 완전 반토막"이라면서 허탈해했다.

그는 "원래는 워크인도 받았는데 이제는 예약 손님 뿐이다"며 "그마저도 예약 확인증을 보여주고 통행 허가를 받아야 가게에 들어올 수 있어서 손님 불편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막힌 지 10주가 넘었다"면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니까 고민이 깊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집회 현장 '진공청소기' 소음 수준…외국인 관광객도 어리둥절

"이재명 XXX", "너네들이 빨갱이야" 등 확성기를 사용해 욕설과 고성을 외치는 시위대로 인해 안국역 인근 카페 상인들은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최보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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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현장 근거리에 있는 카페 직원 D씨(30대)는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아침 시간대보다 저녁이 더 시끄럽다"며 "오전 7시부터 거의 온종일 (시위를) 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재명 XXX" "너네들이 빨갱이야"

욕설과 고성이 난무하는 시위대 옆에서 직접 측정한 소음 수준은 약 70~75dB(데시벨). 일반적인 진공청소기 소음 수준인데, 하루종일 이 같은 소음 속에 갇혀 지내는 셈이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귀를 막거나 얼굴을 찡그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관광객 입장에선 더 혼란스럽다. 현장을 지나던 외국인들은 "우리는 그냥 맛집 찾아 (안국역을) 왔다"면서 "이곳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줄 몰랐다. 완전 혼란스럽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드러눕고 욕설 난무…출구 없는 고통 속 지친 상인들



"퍽"

이날 오전,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계란 테러를 당했다. 긴장감이 고조되며 경찰이 해산 명령을 내리자 일부 시위대는 질서 유지선 앞에 드러누웠다. 길이 막힌 시민들이 몸을 움츠리고 차도로 빠져나가며 위험한 장면이 이어졌다.

통행 제한이 강화되자 안국역으로 향하던 시민들은 우회해야 하는 등 불편이 가중됐다. "여기서 50년 넘게 산 주민인데 내가 왜 못 지나가냐"고 소리치는 60대 주민 앞에서 경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 차벽이 도로 양쪽을 차지하면서 교통이 혼잡해진 안국역 일대. 최보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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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없는 고통 속 무기력한 반응을 보이는 상인도 있었다.

통행이 제한된 골목 안쪽 한 식당 주인은 "매출이 많이 떨어지고 장사가 안되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인터뷰 자체를 거부했다.

이어 "이런 질문을 하려고 찾아오는 기자들만 많이 와서 이젠 설명도 못하겠다"고 지친 기색을 내비쳤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기일은 여전히 미정이다. 재판관들은 오늘도 평의를 열고 토론중이다. 상인들은 오늘도 허탕이다.

헌재는 20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사건에 대한 선고가 24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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