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정규시즌 막판 외인 교체…KB손보 감독 문제제기
KOVO "외인 비중 워낙 커…트라이아웃 체제, 교체 풀 제한적"
대한항공의 새 외국인선수 카일 러셀. (KOVO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포스트시즌이 진행 중일 때도, 심지어 챔피언결정전을 앞둔 시점에서도 새로운 외국인선수 영입이 가능한 국내 프로배구 V리그의 외인 규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도드람 2024-25 V리그 남자부에서 정규리그 3위를 확정한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외국인선수 카일 러셀을 영입했다. 기존 외인 요스바니 에르난데스가 오른쪽 슬개골 연골연화증 부상을 당한 것이 이유였다.
요스바니는 올 시즌 초반에도 같은 부위 부상으로 2, 3라운드를 결장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대체 외인으로 막심 지갈로프를 영입했다가 부상 대체 기한인 2개월이 다 되어가자 요스바니를 복귀시켰다.
복귀 이후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쳐주던 요스바니는 정규시즌 막판 다시 부상을 당했다. 부상 치료 기간 등을 감안하면 포스트시즌에는 돌아올 수도 있었지만, 대한항공은 교체를 감행했다.
러셀은 2020-21시즌 한국전력, 2021-22시즌 삼성화재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다. 한전 시절엔 28경기 연속 서브 에이스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요스바니의 회복을 기다리는 대신 러셀을 영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쪽을 택했다.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 (KOVO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에 KB손해보험의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은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난 11일 OK저축은행전을 앞두고 "기한의 제한을 두지 않고 외국인선수를 교체하는 건 좋은 규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대한항공과의 시즌 맞대결을 앞두고는 "대한항공이 정해진 규정에서 행동했고, 우리도 비슷한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며 발언의 수위를 낮췄다.
아폰소 감독이 이끄는 KB손보는 정규시즌 2위로, 대한항공과 플레이오프 맞대결이 정해져 있다. 이번 일을 두고 아폰소 감독이 상대 팀을 겨냥해 의도적인 '도발'을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더 넓은 시각에선 V리그의 외인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외인의 교체 기한이 제한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영입됐던 대한항공 막심 지갈로프. /뉴스1 DB ⓒ News1 김성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V리그 규정에 따르면 외인 교체는 한 시즌 2번까지 가능하다.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준PO, PO, 챔피언결정전) 기간을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 교체 횟수가 남아있다면 챔프전 도중에도 가능하다.
2회 교체를 모두 소진한 이후에도 부상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추가 교체가 가능하다. 다만 이때는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에 대해 외인의 비중이 높은 리그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단들이 기한을 두지 않는 현행 제도를 원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구단에 돌리기도 했다.
다만 비슷하게 외인 비중이 높은 프로농구의 경우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 부상 외의 사유로는 교체가 불가능하다. 프로야구의 경우 정규시즌 일정 시점 이후에도 새 외인을 영입할 수 있지만 그 선수는 포스트시즌에 뛸 수 없다.
V리그도 한때 교체 기간에 제한을 둘 때가 있었다. 2015-16시즌까지는 정규시즌 5라운드 이내까지만 가능했으며,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제도가 바뀐 2016-17시즌부터 기간 제한이 없어졌다. 2019-20시즌부터는 부상을 제외한 교체 횟수도 1회에서 2회로 늘었다.
자유계약 제도와 달리 트라이아웃은 외인 선발을 위한 '테스트'를 거치는 것으로, 이 제도에선 '거물급' 외인의 영입은 쉽지 않다. 외인을 교체할 때도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선수들 중에서만 가능하다.
트라이아웃 제도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는 V리그. (KOVO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KOVO 관계자는 "포스트시즌 직전 슈퍼스타를 데려올 수 있다는 가정은 트라이아웃 제도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시즌 전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 중에서 교체가 가능하다 보니 데려올 수 있는 선수가 제한적"이라고 했다.
최근 배구계 안팎에서 외인 선발을 자유계약 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OVO 역시 자유계약 제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만일 외인 자유계약 제도가 다시 돌아온다면, 교체 기한에 제한을 두지 않는 현행 규정도 자연스럽게 손질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시점에서도, 지나치게 유연한 외인 교체 규정은 한 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starburyn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