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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단체들 “검찰은 부천W진병원 명명백백히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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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단체들 “검찰은 부천W진병원 명명백백히 수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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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13일 오후 부천시 원미구 부천원미경찰서 앞에 모인 정신장애인 단체 등 회원들이 부천W진병원 수사 재개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고경태 기자/strong

strong13일 오후 부천시 원미구 부천원미경찰서 앞에 모인 정신장애인 단체 등 회원들이 부천W진병원 수사 재개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고경태 기자/strong


입원환자가 17일 만에 격리·강박 끝에 사망한 부천 더블유(W)진병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검찰총장에 수사를 의뢰하자 정신장애인 관련 단체들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상임대표 신석철)는 19일 보도자료를 내어 “인권위 결정을 환영하며 해당 권고를 받은 보건복지부가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당사자단체와의 협의체를 만들고 검찰총장은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지시 내지 방조행위에 가담한 치료진에 대하여 명명백백히 수사하여 범죄혐의를 밝혀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성명에는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경기우리도, 광주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20여개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인권위는 이날 경기 부천 더블유진병원에 대해 조사를 벌여 의사 지시 없는 격리와 허위 진료기록 작성 등의 혐의를 확인하고 검찰총장에 수사 의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 병원은 피해자에 대해 진료나 세밀한 파악 등의 조치 없이 환자를 강박하는 한편, 당직 의사는 피해자가 응급 후송될 때까지 회진도 돌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strong지난해 5월27일 부천W진병원에서 피해자 박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문을 두드리자 보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들어와 약을 먹인 뒤 침대에 묶는 모습. 시시티브이 영상 갈무리/strong

strong지난해 5월27일 부천W진병원에서 피해자 박씨가 복통을 호소하며 문을 두드리자 보호사와 간호조무사가 들어와 약을 먹인 뒤 침대에 묶는 모습. 시시티브이 영상 갈무리/strong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성명에서 “인권위는 보다 강한 권고를 내릴 필요가 있다. 사람이 사람을 묶는 행위가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을 종식할 수 있도록 그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을 이제는 이야기하여야 한다. 더 이상 치료라는 이름으로 사람이 죽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 더 많은 정신병원이 참혹한 집단수용소로 전락한 지 오래일 것 ”이라며 “ 일부 치료다운 치료를 행하는 정신병원이 존재하나 당사자는 어떤 병원이 치료다운 치료를 행하는지 알 길이 없다. 그 핵심은 무소불위의 치외법권이자 성역으로 남아 인권침해의 온상이 되어버린 폐쇄적인 정신병원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고 했다 .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또 “지난달 27일 보건복지부가 언론을 통해 발표한 격리 및 강박 실태조사에 대해 30시간 이상 묶어둔 경우가 32건으로 전체의 약 1/4 수준으로 높았고 최대 시간이 발표되지 않아 축소 보고된 경향이 있음을 규탄한다”며 “이러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는 정신병원 내 인권침해가 해결될 리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전국 407곳의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총 388개소의 정신병원에서 1만2735명이 묶이고 2만3389명이 격리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이한결 전략기획본부장은 “여전히 정신의료기관 내에서 부당한 격리 및 강박을 겪는 당사자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고, 정신병원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병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신건강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않으면 자살, 우울 등 정신건강 지표는 계속 우하향할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사람 잡는 집단수용소로 전락한 정신병원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사 의뢰 및 권고를 환영한다.



◦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25년 3월 19일, 경기도 소재의 정신병원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고 병원장 등에게 책임을 물음과 동시에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권고하였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이러한 결정을 환영하며 해당 권고를 받은 보건복지부는 즉각적인 제도개선을 위한 당사자단체와의 협의체를 만들고 검찰총장은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지시 내지 방조행위에 가담한 치료진에 대하여 명명백백 수사해 범죄혐의를 밝혀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본 결정을 내린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소위원장 남규선)는 해당 정신병원에서 17일 만에 사망한 진정사건에 대해 부당한 격리 및 강박이 이루어졌으며 진료기록도 허위로 작성되었음을 판단하였다. 특히 이러한 행위가 지시 또는 방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관련 수사를 조속히 진행하며 관할 지방자치단체장과 보건복지부의 지도감독 및 제도 개선을 권고하였다. 인권위는 지속적으로 정신병원 내 인권침해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를 내린 바 있다.



◦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2025년 2월 27일, 정신병원 격리·강박 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총 388개소의 정신병원에서 12,735명이 묶이고 23,389명이 격리되었음을 밝혔다. 교묘하게 평균 및 중앙값으로 위장된 수치에서조차 총 강박 시간이 5시간 18분으로 나타났으며 연속 최대시간을 초과한 경우도 발견되었다. 특히, 30시간 이상 묶어둔 경우가 32건으로 전체의 약 1/4 수준으로 높았다. 이러한 문제가 발견되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인권위가 정신병원에 방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과 동일하게 정부의 방조 없이는 이와 같은 정신병원의 인권침해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 한편, 인권위는 보다 강한 권고를 내릴 필요가 있다. 사람이 사람을 묶는 행위가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을 종식할 수 있도록 그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을 이제는 이야기하여야 한다. 더 이상 치료라는 이름으로 사람이 죽어나서는 안 된다. 안일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권고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역을 중심으로 동료지원 서비스 전달체계가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서비스 정책 개발과 보급을 권고해야 한다. 이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를 정신장애 영역까지 실질적 확대하는 길이기도 하다.



◦ 특히, 인권위의 권고는 399개의 정신병상수를 가진 병원 중 고작 1개에 불과하다. 그 1개의 정신병원보다 더 많은 정신병원이 참혹한 집단수용소로 전락한 지 오래일 것이다. 일부 치료다운 치료를 행하는 정신병원이 존재하나 당사자는 어떤 병원이 치료다운 치료를 행하는지 알 길이 없다. 생명을 운에 맡겨야만 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1995년 정신보건법 제정 이후 여전히 지속되어 왔다. 그 핵심은 무소불위의 치외법권이자 성역으로 남아 있는 그리고 그 권한에 힘입어 인권침해의 온상이 되어버린 폐쇄적인 정신병원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치료라는 이름으로 신체 자유를 임의로 박탈하고 강제적 개입을 가능하게 하여 인간 존엄성을 철저히 말살하는 정신병원이 더 이상 치료의 공간이 아닌 거대한 집단수용소가 되었음에도 이를 퇴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저 정신과전문의가 그러지 않기를 선의에 맡겨야 할 뿐이다.



◦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더 이상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러 자의로 또는 비자의로 간 당사자와 그 가족이 안타까운 사고를 경험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적극 수용하고 권고 내용을 넘어 사람 중심 권리기반의 정신건강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해 당사자단체와 협의하여 전반적인 체제를 바꾸어나가야 한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는 강박을 금지하고 관련 행위를 독립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등의 법령 정비를 강력히 요구한다.



2025년 3월 19일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대표발의),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경기우리도, 광주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경기동료지원쉼터, 금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동대문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마포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산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부산동료지원쉼터, 송파동료지원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서울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청주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평택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펭귄의 날갯짓,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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