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사태로 시작된 외국계자본 국부유출 논란
5년간 배당 비교하면 외국계 본사 배당보다
4대 금융 외국인 배당액이 훨씬 많아
외국계가 자산건전성도 좋아
다만 사회공헌 아쉬워
4대금융 낮은 배당성향 '양날의 검'
"밸류업 위해선 배당 늘리고 해외사업 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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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유출 논란의 시작은 론스타 사태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14일 정기 이사회를 열어 2320억원의 배당을 의결했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10월 약 4000억원의 중간배당에 이어 지난달 14일 1559억원의 결산 배당을 의결했다.
양 사의 배당금은 지분 구조상 전액이 본사로 보내진다. SC제일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 북동아시아법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미국 시티뱅크 오버시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이 지분 99.98%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시티그룹이 이 회사에 100% 출자했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현재 모기업에 인수된 이후 초창기와 특수한 상황(코로나19·자체 배당 제한 등)을 제외하면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 본사에 배당금을 보냈다. SC제일은행은 2009년부터 본사로 보낸 배당금이 3조2430억원에 이른다. 이들이 본사에 배당금을 보낼 때마다 국부유출 논란에 휩싸인다. 국내서 벌어들인 이익을 외국 본사로 보내면서 사회공헌에는 힘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은 2000년대 초 불거진 '론스타 사태'에서 비롯됐다. 2003년 외환은행이 부실화하면서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가 인수에 나섰다. 당시 은행법에 따르면 론스타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8% 이하인 부실 금융기관만 인수할 수 있었는데, 외환은행이 BIS 비율 전망치를 이보다 낮게 예상하는 문서를 기반으로 금융감독원이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자격을 승인해 논란이 생겼다. 자격 없는 회사의 사실상 저가 인수를 허용했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다 매각을 추진했다. 외국 자본이 한국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은행을 인수해 이른바 '먹튀'를 했다는 시각이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SC제일은행은 1999년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털에 매각됐다가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가 인수했다. 한국씨티은행은 2004년 한미은행을 시티그룹이 인수하며 탄생했다. 론스타 사태를 기억하는 이들은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의 배당 정책을 보며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걱정한다.
외국계 은행의 본사 배당에 대해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로 보는 입장에선 해외자본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해외로 유출되는 자본이 많아져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생각을 가진다. 이와 반대로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에 기반해 해외로 나가는 배당금을 보면 이 금액이 더 많다며 자본의 경계가 무의미하고 국내 금융사의 해외법인 수익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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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와 외국계 은행의 최근 5년간 배당액을 비교 분석한 결과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대상 배당액은 총 8조9561억원으로 외국계 은행의 본사 배당액(1조5855억원)보다 약 6배 많았다. 해외로 '유출'은 자금의 규모가 외국계 은행보다 4대 금융이 더 컸다는 것이다. 4대 금융지주 금액의 경우 해당 연도의 총현금배당액에서 결산일 당시 외국인 지분을 고려해 외국인 대상 배당액을 산출했으며 여기에 지수 순이익 중 은행의 비중을 곱했다. 지주 산하 은행이 얼마나 외국인 대상으로 배당을 했는지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SC제일은행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7710억원을 본사에 보냈다. 한국씨티은행은 같은 기간 8145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KB금융은 2조7305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2조5110억원), 하나(2조5645억원), 우리(1조1501억원)가 뒤를 이었다.
금융당국이 배당 시 주시하는 자본건전성 수치도 외국계 은행이 더 양호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5년간 평균 14.8%를 기록했다. 한국씨티은행은 BIS 자기자본 비율이 24.9%에 이르렀다. 2024년 3분기 기준 34.22%를 기록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사업보고서상 자본건전성 지표로 CET1 대신 BIS 자기자본 비율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4대 금융은 13%를 겨우 넘거나 13%에 미치지 못했다. KB금융이 13.4%를 기록했으며 신한과 하나는 12.9%, 우리는 11.4%였다.
다만 외국계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은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연합회 사회공헌 활동 보고서를 보면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각각 사회공헌활동에 554억원, 527억원을 지출했다. KB금융은 같은 기간 8257억원을 지출해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사회공헌활동 비용을 부담했다. 하나는 7209억원을, 우리는 6740억원, 신한은 6012억원을 각각 지출했다.
4대 금융지주의 활발한 사회공헌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외국계 은행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은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배당액 총액의 비율로, 주주환원의 주요 지표다. 4대 금융 중에선 하나금융이 5년간 평균 27%의 배당성향을 보여 가장 높았다. 뒤이어 우리(26%), KB와 신한이 24%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반면 SC제일은행은 2020년(13.6%), 2022년(41%)을 제외하면 2021년(63%), 2023년과 지난해(70%)의 경우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한국씨티은행은 2020년 20% 이후 2021년 무배당, 2022년과 2023년 50%를 기록한 후 지난해 177%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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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성향이 낮다면 재정건전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은행의 밸류업을 위해선 배당을 늘려야 한다. 많은 주주가 투자해야 하는데 낮은 배당성향으로 주주들이 이익을 보기 어려워 투자를 꺼릴 수 있어서다.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매우 소극적인 편에 속한다.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MSCI지수에 포함된 기업을 기준으로 16개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27.2%의 배당성향을 보며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해당 결과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곳은 영국(137.4%), 이탈리아(116.4%), 브라질(91.8%), 러시아(76.3%) 등이다. 이에 기업 밸류업 정책을 이어가고 금융업 투자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 더욱 적극적인 배당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김선인 한국은행 국민소득총괄팀 차장은 위 보고서에서 "금융업은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간 유의하게 양의 관계를 시현했다"며 "금융업이 타업종보다 미래성장성이 낮아 배당 확대를 통해 투자자를 유인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배당에 대해 국부유출을 걱정하기보다는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진출과 이익 창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4대 금융지주가 해외로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해외법인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은 경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이 아닌 일반 주주 입장에서 주주한테 돈을 줘야 투자할 것"이라며 "주주 위주 정책을 펼쳐 배당금을 가져가고 이들이 다시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지, 한국에 국한해 '국부유출'이라고 한다면 해외법인서 벌어들인 국내 금융사 수익도 그 나라 입장에선 '국부유출'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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