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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물러설 수 없다”···30m 철탑에 오른 조선소 하청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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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30m 철탑에 오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금속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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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30m 높이의 폐쇄회로(CC)TV 철탑에 올랐다. 지회는 원청인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의 교섭에 책임 있는 태도로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지회장은 “이런 선택을 결행하는 것은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결의”라고 밝힌 뒤 지난 15일 오전 4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그가 오른 둥그런 철탑은 높기도 높지만 성인 한 명이 눕기도 버거울 정도로 좁다. 김 지회장은 웅크려 앉아 비닐 한 장을 두른 채 1일 차 밤을 보냈다.

지회는 지난해 3월부터 한화오션 사내협력사 20여 개와 단체교섭을 벌여왔다. 지회는 협력사에 상용직 고용 확대, 상여금(현행 50%) 인상,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해왔다.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이뤄진 조선업은 1차 하청업체 외에도 물량팀(2·3차 하청), 이주노동자 등 고용 구조가 복잡하다. 노조는 조선업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하청노동자를 상용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지회는 “2016년 이전까지 전체 하청노동자의 70%를 차지하던 상용직 숙련노동자가 현재는 30%로 줄어들었다”며 이 배경엔 상여금 대폭 삭감이 있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6년 이전까지는 하청노동자도 연 550%의 상여금을 받아 기본급이 적더라도 고용이 안정된 상용직으로 일했다. 그러나 조선업 불황이 시작돼 상여금이 모두 삭감되자 상용직 노동자들이 고용이 불안정한 대신 당장의 급여는 많은 물량팀을 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지회는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현행 상여금 50%보다 인상하자는 내용을 요구했으나 사내협력사협의회가 거부했다. 지회는 “원청인 한화오션이 상여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어차피 단체교섭이 결렬될 수밖에 없다는 핑계를 대며 하청업체 대표들도 단체교섭에 전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원청이 상여금 재원을 협력사에 주지 않는 한 협력사가 상여금 인상을 약속할 수 없다. 원청은 하청노동자와는 직접고용 관계가 아니라며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다.

지회는 교섭이 지지부진하자 지난해 11월13일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김 지회장과 강인석 부지회장이 각각 23일, 49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협력회사 노동자들에 대한 상여금 지급은 각 협력사들이 재무적 지급 여력을 기반으로 근로자 대표와 교섭하고 의사 결정해야 하는 협력사 고유의 경영활동”이라며 “상여금 지급 규모 등에 대해 한화오션에 요구하는 것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사내협력사 노사간 단체교섭 협의가 이뤄짐으로써 김 지회장의 고공농성이 조속히 중단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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