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이상민, 왜 나오지 않을까… 평론가가 생각하는 이유는
이상민은 예능에서 빚에 대한 이야기로 시선을 모아 왔다. SBS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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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의 빚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빚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거나, 채무 상환을 위해 노력하는 스타의 모습이 전파를 타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빚 이야기를 다루는 것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인 이상민은 빚을 여러 차례 웃음 소재로 사용하며 예능인으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는 과거 사업 실패 등으로 69억 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앉았다. 이상민은 SBS '미운 우리 새끼' '돌싱 벗고 돌싱포맨', JTBC '아는 형님' 등에서 빚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상민과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스타들은 그의 큰 빚을 언급했고, 이러한 장면들은 프로그램의 웃음 포인트가 됐다.
그 외에도 몇몇 스타들이 자신의 빚을 언급해 왔다. 코미디언 손헌수는 KBS1 '아침마당'에서 돈 10억 원을 날리고 5억 원의 빚을 지게 됐다고 알린 바 있다. 앨범, 사업 등에 도전했다 실패하며 생긴 빚이었다. 배우 이이경은 tvN 스토리 '백억짜리 아침식사'를 통해 5억 원의 빚이 사기 피해로 생겼다고 알렸다.
빚이 예능 정체성 된 이상민
이상민은 과거 '미운 우리 새끼'에서 채무 상황을 직접 밝혀 눈길을 끌었다. SB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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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좋지 않다. 그러나 스타들은 빚을 공개하며 오히려 큰 응원을 받았다. 이상민의 경우, 빚이 예능 소재로 사용되며 더욱 잘 자리잡을 수 있게 됐다. 연예인에게 빚은 마냥 마이너스 요소는 아닌 듯 보인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연예인들이 잘 산다는 인식이 있다. 시청자가 스타에게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데, 빚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동질감을 갖게 된다. 더욱 인간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연예인들을 보며 빚이 없는 국민들이 '나는 그나마 잘 살고 있구나'라는 위안을 얻기도 한다. 열심히 살아가며 빚을 갚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성실함이 호감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상민처럼 빚을 소재로 삼아 예능인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것은 쉽지 않다. 무언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 그것과 관련해 모방이 자주 이뤄지는 예능가이지만, '제2의 이상민'은 좀처럼 탄생하지 않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이상민 같은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빚이 실제로 많아야 하고, 그럼에도 빚 해결과 관련해 분명한 비전 제시가 돼야 한다. 돈을 갚지 못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민폐를 주는 것이기에 빚 자체는 부정적 요소다. 빚을 고백해도, 채무 해결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없다면 오히려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상민은 비전 제시까지 해결됐기에 예능 소재로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빚을 예능 소재로 사용하는 것에도 신중한 태도는 필요하다. 스타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수는 노주현의 유튜브 채널에서 예능 속 빚 이야기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일부 예능이 스타가 70억~80억 원의 빚을 몇 년 안에 갚는 식으로 그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송 때문에 '연예인은 빚을 져도 금방 벌어 금방 갚는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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