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메뉴 성지순례 빵집 '노슈가' 쌀빵에
K버크셔 원조'더찹샵' 잠봉 넣은 샌드위치
점심은 여행 도중 '지리산 흑돼지'집 들러
저녁은 '청룡가' 더덕장어구이 덮밥 나와
광한루원 들러 오작교·봄꽃·원앙 보고
김병종미술관서 '숲멍'함께 풍경화 감상
'미스터 션샤인'촬영지 서도역선 인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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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전북)=정순민 기자】 전북 남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춘향전과 추어탕이다. 맞다. 하지만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리산 자락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남원에는 이것 말고도 볼거리와 먹거리가 차고 넘친다. 봄이 오는 소리가 멀리 들려오는 3월 초, 남원을 다녀왔다.
남원 황토식당 추어탕 카페 노슈가에서 파는 건강빵 남원 더찹샵에서 맛볼 수 있는 샤퀴테리 / 남원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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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 지리산 흑돼지…먹거리가 지천
어쨌든 남원 먹거리의 대표 선수는 추어탕이다. 추어탕이 남원을 대표하는 음식이 된 건 청정 자연을 품고 있는 지리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남원이 소백산맥과 지리산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섬진강 지류인 요천이 사시사철 흘러넘쳐 다양한 농산물이 나고 미꾸라지가 서식하기에도 좋은 환경이어서다.
광한루원 인근 추어탕거리에 추어탕집 20여곳이 몰려 있지만, 광한루원서 남원시청 가는 길에 있는 황토식당도 맛있는 탕을 끓여낸다. 남원 시민들이 주로 가는 이른바 '로컬 맛집'인 이곳은 특히 시청 직원들이 애정하는 집으로, 진한 추어탕 국물만으로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다. 국물이 모자라면 손님이 원하는 만큼 더 주니 후한 인심 또한 맛을 더한다.
카페 노슈가가 깔끔한 현대식 인테리어를 자랑한다면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앞에 있는 명문제과는 1980년대식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백종원의 3대천왕'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생크림슈보르, 꿀아몬드, 수제햄빵 등 세 가지다.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30분과 4시30분 등 하루 세 차례 빵이 나오는데, 이 시간 직전에 손님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준다. 매장이 작아 한번에 5팀만 입장시키기 때문에 주말엔 웨이팅이 필수다. 오래된 빵값은 2000~3000원대로 비교적 싼 편이다.
남원에선 흑돼지에 풍미를 더한 샤퀴테리(Charcuterie)도 맛볼 수 있다. 샤퀴테리는 소금에 절이거나 훈연시킨 유럽식 육가공품으로, 하몽·잠봉·초리조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남원 샤퀴테리의 본산은 지리산 자락 운봉면 동편제마을에 있는 '더찹샵'이다. 한국형 흑돼지 'K-버크셔'를 개발한 육종전문가 박화춘 박사가 20여년 전 낙향해 문을 연 이곳은 현재 그의 아들 박자연, 정원 형제가 지키고 있다. 여기선 포도주에 곁들여 샤퀴테리를 맛볼 수 있고, 하몽이나 잠봉을 만들어보는 샤퀴테리 체험도 할 수 있다.
남원 청룡가 더덕장어구이 남원 맑은뜰 다슬기해장국 남원 지리산흑돼지 / 남원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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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엔 이것들 말고도 먹거리가 차고 넘친다. '청룡가'의 더덕장어구이는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고, '춘향골 소문난 오돌뼈'가 내놓는 지리산 흑돼지는 고기에 진심인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또 섬진강서 잡은 다슬기를 듬뿍 넣고 끓이는 '맑은뜰'의 다슬기 해장국과 맑은탕도 별미다.
남원 광한루원 내 연지에서 원앙들이 떼를 지어 노닐고 있다. 콘크리트 박스를 쌓아올린 듯한 형상의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남원 서도역 폐철로 / 남원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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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한루원 찍고, 미술관·문학관 보러 고고!
남원에 왔다면 우선 광한루원을 둘러보는 게 순서다. 춘향과 몽룡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곳엔 광한루를 비롯해 오작교, 완월정, 영주각, 춘향관, 춘향사당, 월매집 등이 모여 있는데, 그 중심은 둘이 만났다는 광한루와 오작교다. 광한루 앞 연지에는 금실 좋기로 유명한 원앙이 떼를 지어 노닐고, 달에 있는 궁궐을 상상하며 지었다는 광한루에 오르면 멀리 교룡산과 지리산 연봉이 보인다. 봄이 오는 광한루원은 낮에도 볼만하지만 청사초롱으로 불을 밝힌 밤이 더 아름답다.
광한루원 앞 요천 너머에 있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과 혼불문학관도 가볼만하다. 남원 출신인 김병종 화백(72)이 자신의 작품을 기증해 지난 2018년 문을 연 이 미술관은 노출 콘크리트 박스를 쌓아올린 듯한 외관부터가 남다르다. 소나무숲에 둘러싸인 미술관 곳곳엔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큰 창이 있어 '숲멍'하기에 좋고, 멀리 지리산 능선과 파란 하늘이 내다보여 고요함을 즐기기에도 좋은 장소다. 현재 이곳에선 김병종 화백이 파리, 뉴욕, 더블린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린 풍경화와 그걸 대형 종이조각으로 형상화한 '낯익은 도시, 낯선 이야기'전이 열리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로 유명한 서도역은 혼불문학관에서 불과 3분 거리에 있다. 소설 '혼불'의 배경지이기도 한 이곳은 지난 2002년 전라선이 옮겨가면서 폐역이 됐지만 이후 영상촬영장으로 쓰이면서 다시 사람들이 찾고 있다. 1930년대 지어진 옛 역사와 철길이 그대로 남아 있고 주변에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어 인생샷을 남기기에 좋다.
남원에는 이밖에도 해발 518m 높이에 돌로 쌓아올린 교룡산성과 그 안쪽 가파른 구릉지에 터를 잡은 절집 선국사, 전북 상류층의 살림집 양식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몽심재 고택, 지리산 주능선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정령치 등 하루에 다 둘러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명소가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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