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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표준 바꾸는 용감한 소수자들에게 주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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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소수자들의 삶과 커뮤니티’ 책 표지. 문학들 제공


“용감한 사람들이다. 소수자들이 만들어내는 ‘미시 코뮨’(작은사회)은 사회를 풍부하게 할 것이다.”



‘소수자들의 삶과 커뮤니티’(문학들 냄)라는 책을 최근 엮어낸 윤수종 전남대 교수(사회학과)는 11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소수자들은 사회의 밑바탕을 이루는 사람들이다. 소수자 그룹 안에서도 소수자에 속한 이들의 존재를 묘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광주·전남에서 발행하는 종합문예지 ‘문학들’의 ‘이야기들’ 난에 게재됐던 글을 모았다. ‘소수자들의 삶과 문학’(2014), ‘소수자들의 삶과 기록’(2019)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윤 교수는 “문학들은 지방·주변·소수자를 품고 가고 있다. 소수자 운동을 연구하던 내가 소수자 감정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소수자들은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 표준적인 삶 형식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이 책엔 성 노동자, 이주자, 장애인, 성 소수자, 어린이, 미혼모 등을 다룬 글 14꼭지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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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종 전남대 교수 캐리커처.

성 노동자와 관련한 두 개의 글 중 ‘스물여덟의 삶과 성 노동 경험’(오김숙이)은 명문대 여성의 성 노동 경험을 다루고 있다. 가정 폭력을 피해 가출한 뒤 홀로 대학에 입학한 여성이 ‘막다른 골목’에서 시급이 센 ‘데이트 방’에서 성 서비스 일을 하게 된 사연을 전한다. ‘금융화와 성매매’(김주희)는 지방에 사는 여대생이 2∼3일을 서울 강남업소로 출퇴근하며 학자금을 벌었던 이야기를 드러낸다. 윤 교수는 “포주들이 성 노동자 10명을 모아 저축은행에서 1명당 2천만원씩을 대출받아 ‘독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밥 한 끼의 무게’(정숙정)는 ‘농촌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중개인의 삶’을 다룬 글이다. 윤 교수는 서문에서 이 글을 두고 “이주민 중에서도 가장 주변부에 속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중개인이 함께 거주하고 있는 농촌사회의 탁한 공기와 어두운 그림자를 도시로 배송한다”고 썼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의 사생활, 연인관계에 이르기까지 면밀하게 관찰한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게이 라이프’의 필자는 ‘23-170-80-뚱’이다. 필자가 ‘게이 앱’에 자신이 “나이 23살, 키 170㎝, 몸무게 80㎏, 체형 뚱뚱한 편”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적은 숫자 표현이다.



‘용감한 사람들’이라는 범주 속에 묶은 소수자 중엔 어린이가 있다. ‘용감한 어린이들’(조재호)은 초등학교 공교육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의 삶을 교육현장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필자는 2022년 교육현장에서 만난 수미, 수탁, 두꺼비, 게바라, 종이라는 용감한 어린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윤 교수는 “비행 어린이들이 교장 선생님에게 ‘아저씨 누구야?’하고 물어요. 닫혀 있는 교사의 마음과 학교시스템을 바꾸는 내용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또 ‘십 대 미혼모의 삶’과 모로코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성장한 혼혈여성 레일라의 인생유전을 담은 글도 실려 있다.



윤 교수는 “소수자들이 다양한 관계를 맺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가면서 사회 안에서 색다른 작은 사회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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