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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코오롱티슈진 '인보사' 사태

관절염 약 '인보사', 미국서 부활하나…"연 4조원 블록버스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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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 메릴랜드 본사 개발 현장
대표 “큰 허들 넘어… 2028년 출시 목표”
트럼프 관세 무풍지대… 신속 승인 기대
韓선 소송 중… 작년 형사재판 1심 무죄

11일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코오롱티슈진 본사에서 한 연구원이 냉동고에서 꺼낸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의 1액과 2액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록빌=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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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州) 록빌에 자리한 코오롱티슈진 본사. 무릎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TG-C 개발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본부가 있는 데다 신약 제조 업체들이 집중된 워싱턴 북서부 주변 메릴랜드는 바이오 클러스터로 통한다. 코오롱그룹 계열 바이오기업인 코오롱티슈진은 1999년 6월 일찌감치 이곳에 세워졌다.

주사 맞고 실직 면한 등대지기


TG-C는 무릎에 주사하는 약이다. 1액은 관절에 필요한 연골세포가 성분이다. 2액의 경우 연골세포 증식을 촉진하고 염증 완화로 통증을 줄이는 유전자 TGF-β1이 포함된다. 두 약물을 혼합해 한 번 투여하면 2년간 증세가 나아질 뿐 아니라 관절의 구조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1일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소재 코오롱티슈진 본사에서 임상의 제러미 호프 박사가 골관절염 치료제 TG-C의 투여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단 공동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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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특파원단을 대상으로 시연이 이뤄졌다. 약물은 혈관이 없는 관절강(무릎 관절 내 연골과 연골 사이 빈 공간)으로 주입된다. 그래서 부작용 우려가 크지 않다고 한다. 임상의 제러미 호프 박사는 초음파를 이용해 피실험자의 무릎 내부를 보여 주고 약이 주입되는 부위를 알려 줬다. 준비와 투여에 걸리는 시간이 각각 2분과 10초에 불과하며 고통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등대 꼭대기에 오르지 못할 정도로 무릎이 나빠진 상태에서 임상 실험 대상이 된 뒤 극적으로 실직을 면한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통증 전문가 입장에서 흥미로운 약이자 섬세하게 잘 설계된 제품”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첫 시판 노리는 무릎 관절염 신약


개발은 마무리 단계다. 2006년 미국 내 임상 1상을 시작해 2010년 2상을 거쳤고, 2015년 3상에 진입했다. 지난해 7월 1,066명 대상 대규모 투약을 완료한 뒤 추적 관찰을 진행 중이다. 내년 7월 절차가 끝나면 2027년 1분기 미국 내 상업 판매를 위한 품목 허가를 신청한다는 게 회사 계획이다. 무릎 골관절염 분야 신약 중 사실상 품목 허가 절차만 남겨 둔 제품은 TG-C가 유일하다고 회사는 자랑했다.

3년 뒤면 TG-C를 출시할 수 있으리라는 게 코오롱티슈진 측 예상이다. 노문종 대표는 “큰 허들은 넘었다. 2028년에는 품목 허가를 받을 것으로 낙관한다”며 “시판된다면 연간 미국 시장 매출만 30억 달러(약 4조3,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 한국 출신 기업이 글로벌 블록버스터(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 의약품을 만드는 첫 사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관건, 보험사 협상 채비

노문종(왼쪽) 코오롱티슈진 대표가 11일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본사에서 자사가 개발한 골관절염 치료제 TG-C를 소개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단 공동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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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관건 중 하나는 가격이다. 노 대표는 “한 번 투약에 1만~2만 달러(약 1,400만~2,800만 원)를 출시가로 생각하고 있다”며 “제품에 보험이 적용되도록 보험 회사들과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치료제 적용 대상을 고관절과 척추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상업화 초기 단계까지 생산 기지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론자의 싱가포르 공장이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입 의약품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노 대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코오롱티슈진 사업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G-C가 대체재가 없는 데다 싱가포르가 대미 무역 적자국이라 상호 관세도 피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오히려 신속 승인이 가능하다는 게 노 대표 기대다. 트럼프 1기 당시 FDA의 연평균 신약 승인 건수는 기존 평균(36건)의 1.5배인 55건이었다.

불투명한 한국 내 상용화 가능성

11일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소재 코오롱티슈진 본사에서 연구원들이 골관절염 치료제 TG-C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록빌=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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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상용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TG-C는 2017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품명 ‘인보사’로 품목 허가를 받아 출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 2액에 사용된 세포가 애초 허가된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에서 유래한 세포인 것으로 드러났고 식약처는 2019년 허가를 취소했다.

논란은 민형사 소송으로 이어졌다. 일단 세포 기원 착오를 이유로 2020년 형사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우석 전 대표에게는 지난해 11월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김선진 코오롱티슈진 임상개발총괄(CMO)은 “신장유래세포가 암세포라는 말은 와전된 것이지만 임상 참여 환자들이 받은 정신적 피해는 적극 해소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시판 허가 취소에 대한 행정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식약처와의 협의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 출시를 논의하기는 아직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록빌(미국 메릴랜드주)=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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