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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상정되고 있다. 2025.3.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또 한 번 입법 독주를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간 합의를 촉구하며 한 차례 상정을 미뤘던 상법 개정안은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3월 첫 국회 본회의에서 야권 주도로 통과됐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회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본회의를 열어 상법 개정안을 재석의원 279인 중 △찬성 184인 △반대 91인 △기권 4인으로 통과시켰다.
이번에 통과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의 내용을 담았다. 당초 민주당이 당론으로 삼았던 상법 개정안에 함께 포함됐던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적용 △대규모 상장사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의 내용은 기업의 우려를 들어 제외됐다.
재계와 여당은 상법이 개정될 경우 주주들의 배임죄 고소·고발이 남발돼 기업 의사결정의 효율이 떨어지고 외국계 헤지펀드가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야권과 주주들은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의무 강화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맞섰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권 주도로 전체회의를 통과해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촉구하며 한 차례 상정을 미뤘었다.
우 의장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에 협의할 시간을 좀 더 주겠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본회의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여야정이 모이는 국정협의회가 예정돼 있었단 점도 강행 처리 제동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됐다.
이날 안건이 상정돼 표결되기 직전까지도 여야는 상법 개정안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안건 표결에 앞서 반대 토론에 나서 "작년 초까지 대기업의 대표이사로서 기업 경영 일선에서 직접 일해왔던 사람"이라며 "기업에서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개정안을 평가한다면 한마디로 기업 경영 현실을 전혀 모르는 초보자들이 만든 위험한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변화, 미래 신사업을 연구하면서 필요하다 판단되면 기업의 이사와 경영자는 위험을 감수하고하도 과감하고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 구성원을 공평하게 대우하는 기업이나 혁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라며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면서, 모든 주주를 만족시키는 기업의 혁신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그런데 왜 기업에게 그것을 강요하나"라고 했다.
최 의원과 함께 반대 토론에 나선 같은당 유상범 의원은 "상법 개정안은 상장 대기업 계열사 간 합병, 물적분할 등에서 대주주가 부당하게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장하고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를 직접 규율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관련 보호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제대로 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여당이 개선책을 마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 중인데 무리하게 일반법인 상법에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규정하는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대토론에 나서 "이번 개정안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주식회사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로서는 너무 당연한 원칙을 선언하는 내용"이라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선 알짜 사업부를 떼 내 중복 상장하고 핵심 계열사를 총수의 회사와 헐값에 합병하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될수록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자주 나타날 수밖에 없다.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 공격을 막고 싶다면 상법 개정에 찬성해 장기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주주환원책으로 주가를 올리면 된다"며 "탈출하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돌려세울 방법은 투명하고 공정한 주식시장을 만드는 것이고 첫걸음이 바로 이 상법 개정안"이라고 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도 찬성 토론에 나서 "지난해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자본시장 밸류업에 관한 방안을 정부가 발표했다. 여기에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국가의 과제로 설정했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이야기를 했고 최상목 부총리도 상법 개정안을 이야기했다. 윤 대통령 등이 이야기할 때는 선(善)이고 똑같은 내용을 민주당이 주장하면 반대하나"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이어 "(상법 개정안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상법 개정안은 이사들이 전체 주주를 위해 판단하고, (판단에) 잘못된 행동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그 기본원칙을 선언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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