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서 달러 가치는 4.2% 폭락했다. 같은 기간 하락률로는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그런데도 한국만이 약달러만큼의 환율도 안정시키지 못했다. 한덕수·최상목 대행 체제가 트럼프의 비난 등 경제적 혼란은 방치하고, 국내 정치적 혼란은 부추기는 모습을 보여서다.
# 약달러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약달러 정책을 계속 추진하면 장기적으로 달러 체제의 붕괴도 배제할 수 없다. 약달러로 가는 방법에 문제가 많아서다. 더스쿠프가 트럼프발發 약달러가 달러 체제 붕괴의 전주곡일지 3편에 걸쳐서 자세히 알아본다. 1편은 단기 약달러 시대다.
■ 한국 제외한 약달러=올해 들어서 달러가치가 떨어지면서 각국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서 6.42% 하락했고, 최근 5개월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달러 환율도 같은 기간 4.48% 내려앉았다.
정치적 불안정성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만 유일하게 꺾이지 않았다(원화 약세). 원·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 속에서도 올해 들어서 1.28% 하락하는 데 그쳤고, 6개월 전과 비교하면 8.27% 상승했다.
환율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 원화가치의 극심한 하락은 한덕수·최상목으로 이어지는 대통령 대행 체제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부터 반도체까지 온갖 미국의 경제 문제에 한국을 끼워넣는 걸 보면서도 대응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대통령 탄핵 심판'을 처리해야 할 헌법재판관 임명을 초법적으로 막아섰다. 최상목 대행은 심지어 헌재의 판결까지 무시하고 있다.
대통령 대행들이 이처럼 경제적 혼란은 방치하고, 정치적 혼란은 부추기는 행태를 이어가면서 환율을 안정시킬 있는 기회를 모두 날려버렸다.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올해 들어서 4.2% 폭락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4.8% 떨어졌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이었다.
환율은 꾸준히 우리 경제에 경고를 보내왔다. 윤석열 체제에서 여당이 탄핵 투표에 불참했을 때(2024년 12월 9일 이후 1433.20원), 한덕수 대행 체제가 내란 특검을 거부했을 때(1월 24일 1459.10원), 최상목 대행 체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됐을 때(하나은행 고시환율 기준 3월 10일 1453.90원, 직전 거래일인 3월 7일 1449.80원), 원·달러 환율은 이례적으로 급등했다.
■ 단기 이유=그렇다면 달러는 이제 어떻게 움직일까. 미국 달러는 세가지 이유에서 당분간 약세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첫째, 관세 부과가 현실화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처럼 관세를 광범위한 수입품에 부과하겠다고 나서면 수입품 가격이 높아져 미국 제품의 자국내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관세 인상으로 외국 제품을 비싸게 만들어 내수를 키우고, 약달러를 통해 미국 제품을 값싸게 만들어 수출을 늘리겠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어서다.
다만, 트럼프발 관세 인상이 관세전쟁으로 치달으면 미국 모든 제품의 가격 수준도 전반적으로 올라간다(인플레이션). 이럴 경우엔 금리를 끌어올려서 대응해야 하는데, 그러면 달러화 가치가 다시 상승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약달러를 고집해 통화정책에 개입하면 인플레는 더 빨리 진행하고 달러가치는 더 하락할 수 있다.
둘째,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유럽의 국채와 주식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미국이 유럽 방위에서 확연하게 발을 빼자, 여유가 있는 유럽 국가부터 재무장을 위한 비용 마련에 나섰다.
건전재정을 지켜온 독일은 총선 직후인 지난 3월 4일 앞으로 군비에 들어가는 자금을 부채 제한에서 제외하기로 한 후 대규모 국채 발행을 예고했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990년대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채권 투자자들이 다시 유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 단기적으로 유로화 수요가 많아져서 달러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띤다(장기적으론 금리 하락으로 통화 약세).
셋째,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상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는 예측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즉답을 피하며 이렇게 말했다. "항상 전환기가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지만, 나는 (관세 부과가) 우리에게 좋은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트럼프가 경기침체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었던 이유는 지표에 있다. 미국의 지난 2월 실업률은 공공 부문 감원 등 영향을 받아 4.1%까지 상승했다. 투자은행 등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3월 현재 경기침체 확률을 31%로 4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높였고, 케임브리지대학 퀸스 칼리지는 세배 높아진 30%로 조정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실제로 S&P 500 지수는 침체 우려로 10일(현지시간) 2.70% 하락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통상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약달러는 지속된다. [※참고: 이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연준 의장의 통화정책 관점이 달라서 복잡한 측면이 있다. 이 이야기는 추후에 별도 기사에서 다뤄볼 예정이다.]
이처럼 트럼프 2기가 세계 각국과 보복관세를 서로 올리는 치킨게임에 나서는 등 현재 정책을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 달러 체제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두 가지 징후가 있는데, 이 이야기는 달러 체제 붕괴 전주곡 2편에서 이어나가보자.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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