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인권침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체포됐다. 사진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AFP |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이 인권침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체포됐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에서 인권 침해 정황이 드러났다는 취지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필리핀 대통령궁은 이날 ICC가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대한 공식 체포 영장을 발부했으며 이를 전달 받았다고 밝혔다. 필리핀 경찰 당국은 이날 수도 마닐라의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 홍콩 방문을 후 귀국하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체포했다. 2016년에 취임한 그는 2022년까지 6년 임기를 마치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나이는 올해 79세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강경한 마약단속 정책을 펼쳐 소위 '필리핀의 트럼프(미국 대통령)'으로 불린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마약 사범 단속을 벌이면서 영장 없이 체포와 처형을 강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1년 7월 필리핀 정부 자료에 따르면 두테르테 전 대통령 취임 이후 20만건 이상의 마약 단속 작전 가운데 최소 6181명이 사망했다.
ICC는 이 과정에서 1만2000~3만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피해자 대부분이 소규모 마약 거래나 절도·경범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ICC는 그가 2011년 다바오 시장 취임한 이후부터 마약 관련 인권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2018년부터 수사를 진행했다. 이에 당시 필리핀 정부는 ICC에서 탈퇴했다. ICC는 2021년 9월에 발생한 인권침해 혐의에 집중하고 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필리핀 수사 기관이 이미 관련 문제를 수사중이라며 ICC를 상대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ICC는 지난해 필리핀 당국의 요구를 기각하고 수사를 재개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두테르테의 딸인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결성한 만큼, 취임 초기만 해도 ICC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사이가 벌어지자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내릴 경우 협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마르코스는 "ICC에 협력하지 않지만 인터폴에 대한 의무는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필리핀 의회 조사위원회에 출석한 두테르테는 자신의 조치가 국가와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었다며 "변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겠다. 내가 지옥에 가야 한다면 그렇게 해라"라고 말했다. 동시에 "ICC는 전혀 무섭지 않다. 그들은 여기 언제든지 올 수 있다. ICC에 서둘러서 여기 와서 내일 조사를 시작하라고 요청한다"면서 ICC 조사관을 마주하면 발로 걷어차겠다고 주장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