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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항고’도 포기하며 직무유기 택한 검찰···심우정은 사퇴 요구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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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항고’도 포기하며 직무유기 택한 검찰···심우정은 사퇴 요구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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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은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 문제와 관련해 심우정 검찰총장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헌 기자

심우정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5당은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 문제와 관련해 심우정 검찰총장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사퇴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헌 기자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는 법원 결정을 법에 명시된 이의제기 수단도 써보지 않고 수용한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통항고’ 형식으로라도 불합리한 법원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검찰의 의무”라고 지적하지만 검찰은 “불복 방법이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스스로 내려놨다. 하지만 검찰은 2년 전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자신의 사퇴와 탄핵을 거론하는 야당을 향해 “그럴 사유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서울고검장)은 10일 출근길 경향신문과 만나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나 보통항고를 고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변동사항은 없다”며 항고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검찰은 지난 8일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따라 석방을 지휘하면서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이 피고인 등에게 구속취소 판단을 내리면 검찰은 법원에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법원 결정은 집행이 정지된다. 검찰은 보석과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앞선 판단을 근거로 즉시항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보통항고를 제기해 법원 판단의 부당함을 다퉈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보통항고는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없는 사안에 적용하는 일반 항고 절차다. 법원 결정에 대한 집행 정지 효력은 없지만 여전히 그 결정이 부당한지 다퉈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종호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1단 부장검사(연수원 31기)는 이날 검찰 내부망 게시판 ‘이프로스’에 올라온 관련 게시글에 댓글로 “향후 일선의 업무 혼선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일반 ‘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뒤 첫 출근일인 이날 검찰 내부에선 심 총장의 결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수사팀에 즉시항고 포기를 지휘한 심 총장은 보통항고를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즉시항고 제기 사안에 보통항고를 제기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상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한 불복 방법으로는 즉시항고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차장검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즉시항고 대상 사건에 보통항고를 제기하는 건 법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사건에서 보통항고를 하면 법원은 각하 대상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 역시 이날 경향신문 기자에게 보통항고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법리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울산지검은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된 피고인 2명에 대해 2023년 9월 울산지법이 구속취소 결정을 하자 당일 석방지휘와 함께 즉시항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명은 즉시항고가 인용됐고, 다른 한 명은 기각됐다. 다만 울산 사례에선 검사가 1주일 뒤인 구속만료일을 석방일로 지정하면서 피고인들은 즉시항고 인용 여부와 상관 없이 원래 구속기간을 다 채우고 출소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내란진상조사단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 문제와 관련한 항의를 하기 위해 1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 내란진상조사단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 문제와 관련한 항의를 하기 위해 1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방문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법조계 전문가들은 검찰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사안에서 ‘위헌 우려’를 근거로 이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혹여 각하 판단을 받을지라도 보통항고를 제기하는 것이 의무라고 지적했다. 향후 해당 법 조항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할 수 있는 절차는 밟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판사 출신인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설사 (윤 대통령이) 풀려났더라도 구속 취소가 위법한 사유에 기하여 이루어진 경우 보통항고 인용 결정으로 앞으로 잘못된 구속 취소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며 “공익의 대변자로서 검찰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썼다. 검사 출신 김규현 변호사도 이날 SNS에 “양심이 있다면 검찰은 지금이라도 보통항고를 제기해 윤석열 구속 취소에 대한 상급심 및 헌재의 결정이 나오도록 해야한다”고 적었다.

심 총장은 인권 보호와 원칙 존중이라는 소신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검찰총장직 사퇴·탄핵을 거론하는 야당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적법 절차와 인권 보장은 취임 이후 계속 강조해 온 검찰의 기본 사명”이라며 “소신껏 결정 내렸는데 그게 (나의) 사퇴나 탄핵 사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검찰이 ‘선택적 인권보호’를 하고 있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은 이날 대검 항의방문 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검찰이 법치를 버리고 윤 대통령의 이익만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은 윤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내린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심 총장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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