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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전쟁에 거래 줄어들라”…중소기업계 ‘폭풍전야’

이데일리 김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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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전쟁에 거래 줄어들라”…중소기업계 ‘폭풍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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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애로신고센터 통해 피해사례 10건 접수
관세 폭탄 우려 고조…대응여력 없는 中企 발만 동동
中 중간재 수출 기업도 “거래량 감소할 듯”
정부 지원대책에도…“해외거점 이전 쉽지 않아”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충남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 중소기업 C사는 요즘 미국 출장 준비에 여념이 없다. 미국의 관세 부과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현지 고객사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가 아직 현실화하진 않았지만 노심초사만 하고 있느니 직접 고객사를 만나 보겠다는 취지다.

C사 관계자는 “수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데 특히 미국 비중이 가장 높아 관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 현지 고객사가 관세를 빌미로 제품 공급가격을 낮추라는 요구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수출액이 연 80억~90억원 정도인데 공급가 인하를 요구하면 10억원의 금액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거래 줄이거나 가격 내리거나 ‘노심초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중소기업계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대기업보다 관세폭탄에 버틸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 미국의 관세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워 상황을 관망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행보가 하루 만에 뒤집는 등 정책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6일까지 보름간 전국 15개 애로신고센터에 접수된 관세 관련 애로사항은 총 10건으로 집계됐다. 현시점에서 직접적인 피해는 없으나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이 언제 떨어질지 몰라 우려스럽다는 내용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에 위치한 철강 제조 중소기업 H사는 미국 수출 계약의 취소·변경을 우려하고 있다. 현지 고객사에서 관세 부담으로 거래량을 줄이거나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분을 H사에 떠넘길 수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의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라 국내 중소기업의 피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전북에 있는 반도체 소자 제조기업인 D사는 중국 수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4일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4일부터 10%를 더해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관세 타격으로 중국 내 생산과 수출이 둔화하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의 85.8%는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그래픽= 이미나 기자)


“보편관세 땐 대미 수출 11.3% 줄어”

미국이 한국을 직접 겨냥할 경우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제품·서비스를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4만 5000곳에 달한다. 지난해 대미 수출 규모는 187억달러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184억달러)을 제치고 국내 중소기업의 최대 수출 시장을 차지했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 발효 시 국내 중소기업 주요 품목의 미국 수출이 최대 1조 2000억원(11.3%)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멕시코 제품에 25% 관세, 그 외 국가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시나리오다.

특히 중소기업은 자체 수출 감소뿐만 아니라 원청업체인 대기업의 수출감소에 따른 2차 피해도 우려된다. 고관세로 대기업이 생산기지를 옮기면 해당기업의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의 생산·판로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

중기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전국 15개 수출지원센터에 애로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수출에 타격을 받는 중소기업 품목 50개를 선별해 특별 관리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다만 수출국 다변화를 위한 정책자금 패스트트랙, 해외거점 이전 시 보조금 지원 등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멕시코 현지 공장에서 플라스틱 패널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I사 대표는 “수출 관련 비용을 줄여보겠다고 멕시코에 투자한 게 독이 됐다”며 “정부가 생산시설을 다른 국가로 이전하면 보조금을 준다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투자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