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적용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자 윤석열 정부는 ‘불법 파업’이라며 특수고용직인 화물 노동자들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용하고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씨는 “강제로 화물운송 자격증을 박탈하겠다고 하니 다들 겁에 질렸다”고 돌아봤다. 정부는 운수 회사를 찾아가 화물연대 조합원과 파업에 동참한 기사들을 차량에 배치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업무개시명령 이튿날 눈이 많이 와서 빙판길이 됐던 날을 떠올렸다. 위험해서 일하고 싶지 않았지만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차 기사들에게 ‘강제 노동 명령’으로 여겨졌고 그도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동료가 빙판에서 잘못 내려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일을 안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니 생계가 걸려있어 거절하지 못했다”고 했다.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기사였던 이성철씨(54)는 지난해 5월 중고차를 컨테이너로 운송하는 일로 바꿨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
7일 윤석열 정부 내내 노·정 갈등 중심에 있었던 화물·건설 노동자들이 건설기계·화물차량을 몰고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전국 대행진에 나섰다. 화물연대와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는 각각 부산신항·목포신항에서 출발해 정부세종청사가 위치한 세종시까지 행진한 다음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었다.
이씨는 “윤 정부는 화물차 기사들이 안전운임제를 주장하면 특수고용직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고 시위에 나서면 ‘노동자’ 취급을 하면서 불법 딱지를 붙이고 말을 바꿨다”며 “노동자들에게 ‘계엄령 1호’였던 업무개시명령제를 규탄하고 건설노조 탄압을 규탄하기 위해 대행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말부터 윤 정부는 범정부 차원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고 2023년 5월 건설 노동자 고 양회동씨는 “노조 탄압을 멈춰달라”는 말을 남기고 분신해 사망했다.
7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목포신항을 출발해 세종시로 이동하고 있다. 화물연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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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안전운임제 일몰’ 이후 “옛날로 돌아갔다”고 했다. 그는 “법이 있다가 없어지면 무법천지가 된다”며 “운수 회사에서 배차를 끊을 수 있으니 차주들끼리 눈치 게임을 하게 됐고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했다. 안전운임제를 시행했던 동안에는 운수 회사, 차주 사이에 갈등이 많이 줄었다. 운송료가 정해지니 덤핑 경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이 없어지니 서로 물량을 빼앗게 되고, 대기료·회차비로 분쟁까지 생겼다. 그는 “안전운임을 시행할 때는 운수 회사가 대기료를 지급했는데 화주사에서는 이제 안 주겠다고 하니 운수 회사도 못 준다는 식”이라며 “차주는 화물 적재를 3~4시간씩 기다리며 하루를 버렸으니 대기료를 요구할 수밖에 없고 분쟁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을 바꾸니 나아졌다고 했다. 지금은 새벽 6시에 일어나지만 퇴근하고 저녁 8시 반에는 저녁을 먹을 수 있다. 그는 “다시 BCT 쪽으로는 갈 수 없을 것 같다. 하루 3~4시간 자면서 운행하며 살 수 없다”고 했다. 이씨는 지금 회사로 온 BCT 기사들이 많다며 “이 정도면 체감상 BCT 기사들이 30% 정도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 현장에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한강의 기적’이라며 50년 만에 선진국이 됐다는 자부심이 있지 않습니까. 각종 시설물, 인프라, 항만 등 모든 게 콘크리트로 이뤄진 거예요. 2500대 밖에 없는 BCT 화물노동자들이 다 옮긴 것이죠. 남들이 200년씩 걸린 경제성장과 선진국이라는 결과를 50년 만에 해낸 건 우리가 남들보다 2~3배로 일했다는 것입니다. 다들 몸이 부서져라 일했어요. 그렇게 일했는데 남은 것이 없습니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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