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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매는 건설사들] 불황에 사람도 안 뽑는다... ‘채용문’ 꽉 닫은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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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매는 건설사들] 불황에 사람도 안 뽑는다... ‘채용문’ 꽉 닫은 건설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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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긴축경영에 나서면서 관련 채용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내수의 한 축인 건설업은 고용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설업은 취업규모와 취업유발계수가 큰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 산업이자, 높은 생산유발 효과로 성장을 뒷받침하는 기간산업이다. 그런데 최근 건설사들이 사업장을 줄이고 채용문을 걸어 잠그면서 고용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 마지막 영업일 기준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는 1989만5000명이다. 전년 같은 달(1991만6000명)보다 2만2000명(-0.1%) 감소한 수준이다. 사업체 종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46개월 만이다.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한파가 거세진 게 큰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은 같은 기간 종사자 수가 11만4000명이나 줄었다.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의 한 공사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른 지표들에서도 건설업 고용한파를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5년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3만5000명 증가했다. 하지만 건설업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6만9000명 감소하며 9개월째 감소 폭이 이어졌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건설업은 업황 자체가 좋지 않아 마이너스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건설업 분야 청년층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0% 가까이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5일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건설업 분야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0만5000명으로 겨우 10만명을 넘겼다. 16만6000명이었던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36.6%(6만1000명) 감소한 수치다. 이는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2014년 이래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건설업 분야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해 3월 -4.1%를 시작으로 11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고 있다. 5월부터는 감소율이 두 자릿수로 커졌고,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건설업 불황의 여파가 고용시장까지 확산하는 상황에서 ‘고용 취약 계층’인 청년층이 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단계 하청구조인 건설업에서의 임금 체불도 늘어났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임금체불 발생액이 2조448억원으로, 전년 1조7845억원과 비교해 14.6% 증가했다. 지난해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는 28만3212명으로 2023년(27만5432명)보다 2.8% 늘었다. 노동부가 파악한 임금 체불 증가 원인 중 건설업 등 경기 위축도 주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업 임금 체불은 전년 대비 9.6%가 늘어난 4780억원으로, 전체 체불액에서 23.4%나 차지했다. 최근 들어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인한 낮은 임금 및 복지와 낮은 안정성, 높은 사고 위험 등으로 인력 유입이 저조하고 고령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임금 체불 증가와 관련이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업 고용한파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6곳(61.1%)은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채용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곳을 업종별로 보면 건설 분야가 75.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건설업 부진에 이어 이러한 고용 감소가 우리 경제에 심각한 문제로 작용하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도 절실한 상황이다. 노동부는 얼마 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올해 제1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열고 ‘제5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2025~2029년)’을 의결하기도 했다. 정부는 중점 추진 과제로 ▲신규인력 유입 및 성장 지원 ▲숙련기능인력 양성 지원체계 강화 ▲기본적 근로여건 보장 ▲외국인력 도입 관리체계 정비 등 4가지를 설정했다. 먼저 신규인력 유입을 위해 생애주기에 따른 개인 맞춤형 경력개발 서비스를 집중 제공하고,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 노력을 병행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건설업계에서는 당분간 고용이 늘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몇 년 사이 공사비뿐만 아니라 인건비도 많이 올랐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채용하긴 힘들다. 건설업 채용 시장이 되살아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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