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전쟁 2막]
트럼프 “TSMC 총 1650억달러 투자”
1주일전엔 대만 관련 답변 회피
삼성 등 韓기업 투자 압박 커질듯
트럼프 “TSMC 총 1650억달러 투자”
1주일전엔 대만 관련 답변 회피
삼성 등 韓기업 투자 압박 커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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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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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국과 TSMC에 모두 엄청난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투자하기로 한 사실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도가 “재앙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26일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겠느냐’란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 절대 그런 (난처한) 입장에 놓이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우방과의 안보 현안도 거래 관점으로 접근하는 ‘트럼프식 인식’이 이날 발언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웨이저자(魏哲家) TSMC 회장과 면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TSMC는 향후 짧은 시간 안에 최첨단 반도체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최소 1000억 달러를 새로 투자할 것”이라며 “오늘 발표로 TSMC의 대미(對美) 투자액은 총 1650억 달러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규 투자는 애리조나주에 생산시설 5개를 건설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미중 경쟁이 뜨거운 인공지능(AI) 분야를 언급하며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AI 반도체가 바로 이곳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며, 이것은 경제 안보는 물론이고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TSMC의 미국 공장은 지난해부터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66억 달러(약 9조2000억 원) 규모의 보조금 지급을 약속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제 TSMC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관세를 피하려고 미국에 온 것”이라며 “지금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TSMC의 미국 투자가 중국의 대만 고립화 혹은 점령 시도 시 미국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정말 좋은 질문”이라며 “나는 그것이 영향을 최소화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것(중국의 대만 침공)은 ‘재앙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적어도 우리는 (이 투자 덕분에) 매우 중요한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는 위치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TSMC의 대규모 투자 발표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느끼는 대미 투자 압박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대미 투자 규모를 44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17.8% 줄였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TSMC를 따라잡아야 하는 글로벌 파운드리 2위 업체이고, 앞으로 미국 기업들로부터 AI 반도체 주문을 수주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눈치가 더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구글 등 미국 빅테크를 둘러싼 수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2022년부터 짓고 있다. TSMC는 올 초 애리조나주 공장에서 4나노 칩 양산을 시작했고, 앞으로 2나노 공장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한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국내 가전, 배터리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가 현실이 되면서 가전과 배터리 기업들도 미국으로의 생산라인 재배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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